한국일보

“사람들 충격 주겠다”…트럼프, ‘선 넘는 대통령’ 약속 실천중

2025-01-26 (일) 0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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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대통령들 제약했던 ‘윤리적 기준’ 대놓고 무시”

▶ “알아서 기는 기업·대학·언론…평생 본 적 없는 ‘예측적 순종’”

"우리는 사람들이 충격받을만한 일들을 할 것이다."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이며 온전한 첫 근무일인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 취임 초기 며칠간 쏟아낸 말들 중에서 가장 진실된 것으로 이 말을 꼽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과 의회와 과거 대통령들을 제약했던 윤리적 선을 무시하면서 규범을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한계를 시험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행사중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1·6 의회 의사당 폭동에서 가장 폭력적 행위를 한 자들을 포함해 가담자 전원을 대통령 취임 직후에 사면해줬다.

또 집권 1기에 고위직을 맡겼으나 나중에 사이가 틀어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훅 전 이란 특사 등에 대한 경호를 2기 취임 당일에 중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틱톡'이 미국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이른바 '틱톡 금지법'의 시행을 임의로 보류했다.

그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적발하기 위해 공무원간 밀고를 의무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명령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DEI 폐기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동료를 발견하면 1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하지 않을 경우 징계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NYT는 이런 명령이 "러시아에서 산 적이 있는 특정 연령대의 사람이기만 하면 누구나 익숙한 관행"이라며, 옛 소련 시대에 성행한 밀고 관행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또 금요일인 24일 밤에 국무부, 국방부, 교통부 등 정부 부처들의 감사관 17명 이상을 예고 없이 면직했다.

이는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받는 연방 감사관을 면직하려면 30일 전에 그 구체적 사유를 밝혀 의회에 통보토록 한 연방법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기관들뿐만 아니라 기업과 시민사회마저 트럼프 2기에 '미리 알아서 기는' 행태가 극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트머스대에서 행정학을 가르치는 브렌던 나이언 교수는 "트럼프의 시도들 중 일부는 법원에 의해 거부되겠지만, 기업, 대학, 언론 등이 보이고 있는 '예측적 순종'(anticipatory obedience)의 수준은 내 평생 본 적이 없는 정도"라고 NYT에 말했다.

NYT는 트럼프가 내린 명령들 모두가 대통령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일부는 논란은 있더라도 크게 보아 대통령의 권한 내의 일이라고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불법체류자들 대거 추방 지시, 파리기후협약 탈퇴 지시, 언제든지 대통령 마음대로 임용하거나 면직할 수 있는 정무직 임명직의 대거 면직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과거 다른 모든 대통령들은 취임식을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을 단합시키고 미래에 집중토록 하는 계기로 삼았지만, 이번 주(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주)의 주제는 복수와 보복이었다"는 게 조지워싱턴 대통령도서관 린지 처빈스키 관장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행 헌법상 금지된 3선을 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의심도 끊이지 않고 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은 내 생애 최대 영광이 될 것이다. 한번이 아니라 두 번, 어쩌면 세 번"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3일 앤디 오글스 하원의원(공화·테네시)은 의회에 트럼프 대통령의 3선 도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자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NYT는 "우연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이라며 오글스 의원 선거운동본부가 연방수사국(FBI)의 정치자금 수사를 받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FBI 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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