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상 전문가 “트럼프 첫 타깃 한국 아니지만 차분히 대비해야”

2025-01-20 (월) 04: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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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통상 전문가들 트럼프 취임사 분석
▶ 허윤 위원장 “한국 압박 구체적 언급 없어…IRA·반도체법 수정 불가피할 듯”

▶ 여한구 전 통상본부장 “추가 세원 확보 수단으로 ‘대외수입청’ 관세 거론”
▶ 장상식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화석연료 패권 강조, 한국에 기회 요인”

통상 전문가 “트럼프 첫 타깃 한국 아니지만 차분히 대비해야”

취임 선서하는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국내외 통상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를 통해 보호무역주의와 보편관세 등을 포함해 무역·통상 정책에 대한 신중 기류가 감지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취임식에서 밝힌 첫 번째 공식 메시지와 행정명령 등을 보면 트럼프 1기와 달리 일단 한국이 첫 타깃은 아니지만, 정부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 정부를 넘어서 미국의 뉴노멀이 된 만큼, 한국 기업들도 이를 상수로 놓고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중 경쟁에서 반사 이익을 노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은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

◇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정부 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1기 취임사보다 미국의 희망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한 것 같다. 번영, 평화, 자유 등 긍정적인 용어도 많이 등장했다. 트럼프 2기 정책 방향성을 미국 우선주의 강화, 힘의 외교 실현, 미국 제조업 기반 활성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취임사에서 한국 압박을 시사하는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향후 실제 행정명령이 하나씩 나올 것이다. 취임사에서 재정적자를 상당히 언급했다. IRA나 반도체과학법으로 대표되는 해외기업 유치 보조금 지급 수정은 불가피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의 대응 방안은 세 가지로 생각한다. 첫째,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정부만 국한되지 않고 장기로 갈 것 같다. 우리 기업들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고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세워나가야 하겠다. 두 번째로 우리 제조업 경쟁력에 기반해 미중 경쟁에서 반사 이익을 확대해야 한다. 미국은 경제통상을 안보화하려는 경향을 보이니 우리도 미국 공급 제품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미국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셋째로 트럼프는 일단 때리고 나서 협상하는 스타일이다. 정상 외교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장관급을 중심으로 범부처 대미 협상 패키지를 준비해 미국과 큰 틀에서 주고받기로 가야 한다.

트럼프 신정부가 주요 무역 적자국을 압박할 가능성은 당연히 남아 있다. 특히 한국의 정치 변화와 불안정성을 트럼프와 참모들도 잘 알고 있다. 맹수가 다친 사냥감을 노리듯이 더 활용하면 했지 배려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내부의 여러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지 트럼프가 우리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희망 사항이다.

조선 분야에서 협력 기대가 크지만 실상은 다를 수도 있다.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면서 높은 요구를 하고 나서 우리가 줄여달라고 하면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를 해달라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장밋빛 미래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 한미 조선 협력 산업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


◇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전 통상교섭본부장)

트럼프 취임사를 보면 통상 분야에 대해 전반적으로 페이스 조절을 하거나 신중하고 자제하는 기류가 느껴진다.

관세 정책을 통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쳤던 맥킨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향후 무역·통상 정책에서 관세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은 2025년 말까지 대폭적인 세제 감면이 우선순위다. 이를 위한 세원 확보 수단으로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이 관세를 추가 세원 확보 수단으로 여긴다는 점이 강하게 드러났다.

보편관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대비는 계속 해야 한다. 오늘 취임 첫날에는 이민 정책과 에너지 쪽에 초점을 맞췄지만 관세 얘기가 조만간 등장할지는 모를 일이다.

대통령 각서를 통해 무역적자와 불공정 무역,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관계 등에 대해 관계 부처에서 조사하라는 지시가 곧 나올 예정으로 관세 문제에 대해 한국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그린뉴딜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 규정을 폐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은 대선 캠페인 때부터 예상했던 부분이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때도 '전기차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 의무 규정(EV MANDATE)에 반대한다고 해왔다. 현재 전기차 시장이 침체기이긴 하지만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은 열려 있다. 오늘 트럼프 취임사만으로 섣불리 한국의 전기차와 배터리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중국에 대해서는 당장 자극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틱톡 운영 재개를 지지하며 미국과 중국의 합작 법인 구상을 제안한 상태인 점이 고려된 것 같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이 약해졌다고는 볼 수 없고,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늘 공식 메시지를 보면 한국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의 첫 타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우리는 서두를 필요 없고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조용히 준비에 집중하면 된다.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취임식에서 즉각적인 관세 조치는 발표되지 않았다. 확실히 트럼프 2기 정부는 1기 때와는 달리 준비되지 않은 행동·조치에 나서기보다는 정제되고 준비된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제 FTA 체결국이자 우방국으로 미국의 여러 조치에 예외를 인정받고자 하는 기대는 접고, 이를 넘어서는 경제·산업적 제안 등 '보따리'를 많이 준비해야 할 시간이 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해 관세 조치가 취해진다면 자동차처럼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분야에서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한국에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등의 조언을 참고할 가능성도 높은데, 암참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강점이 있는 식료품 등 1차 상품에 대해 한국이 TV 광고를 제한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고,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수정해 미국 테슬라가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 등의 '인앱결제' 관련 조사에 착수한 것 등도 언급해 관련 분야에 대해 미국이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에 대해서도 트럼프 2기는 확실히 축소 내지는 폐지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취임식에서 석유·가스 시추 등 화석연료 패권을 강조한 것은 한국에는 기회요인이기도 하다. 미국의 천연가스와 원유 수출이 많이 늘어나면 초대형 원유운반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선에 강점이 있는 한국에 확실히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도시 개선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는 공약이나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것도 인공지능(AI) 투자 증가로 전력 생산과 관련한 소형모듈원전(SMR), 변압기, 전선 등 기자재 수출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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