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드 도난 후 은행사칭 사기에 거액 피해

2025-01-17 (금)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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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여성 업주 ‘악몽’

▶ BofA 아이디 찍힌 전화로 피해 막는다며 전액 빼가
▶ 직접 사기범 추적해 체포

스몰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 여성 사업주가 업소에 침입한 절도범에 의해 크레딧카드 등이 든 지갑을 도둑맞은 뒤 은행 사칭 사기에까지 휘말려 5만 달러가 넘는 금융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성 업주는 거액을 빼앗긴 뒤 스스로 사기범 추적에 나서 각고의 노력 끝에 피해액의 대부분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한인을 포함한 많은 개인이나 업주들이 유사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자신이 당한 악몽 같은 경험을 공개하고 경종의 메시지를 전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지역 방송매체 WMAR-2에 따르면 볼티모어 카운티 티모니엄 지역에서 작은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인 여성 사업주 권현진씨는 은행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들에게 총 5만6,000여 달러를 사기당한 뒤 끈질긴 노력 끝에 범인 검거에 기여하고 피해 금액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권씨가 환자와 함께 자신의 한의원 치료실에 있을 때, 누군가 사무실에 침입해 권씨의 지갑에서 크레딧카드와 데빗카드를 훔쳐갔다. 절도 직후 범인은 월그린스와 월마트 등 소매점을 돌아다니며 총 2,300달러를 사용했다. 권씨는 카드 도난 사실을 확인한 즉시 주거래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신고했고, 절도범들이 사용한 금액의 승인이 취소됐다.

문제가 해결된 줄로만 알았던 권씨는 며칠 후 은행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뱅크 오브 아메리카 직원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권씨의 분실 카드 번호와 전화번호, 카드 뒤 3자리 보안코드까지 불러주며 안심시킨 뒤 “송금사기 시도를 막기 위해 정보와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권씨에게 링크를 전송했다. 권씨가 해당 링크를 통해 정보를 입력하고 요청대로 클릭하자, 사기범들은 권씨 계좌에 있던 전액 5만6,000달러를 빼돌려 자신들의 체이스 계좌로 송금했다. 그 돈은 권씨가 작년 한 해 동안 한의원을 운영한 모은 돈이었다.

이후 사기범들이 ATM을 통해 현금으로 1만3,500달러를 인출하자 체이스 은행은 계좌를 동결했고, 권씨는 이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 측은 1만3,500달러에 대한 피해 금액에 대한 보상은 거부했다. 1만 달러는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3,500달러는 결국 손실로 남았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악몽 같은 상황 속에서도 권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에 진전이 없었고 경찰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권씨는 스스로 사건 정황 자료와 증거를 하나씩 수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WMAR-2 방송이 사건을 보도한 뒤 경찰은 뒤늦게 권씨에게 연락을 취했고, 권씨는 자신이 준비한 사진, 날짜와 시간별 타임라인, 은행 거래 내역서, 증인 진술서, 그리고 카드 절도범이 찍힌 CCTV 영상을 제공했다.

2주 후 권씨는 경찰로부터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동일한 범죄로 체포된 용의자를 확인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용의자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일대의 사무실을 돌며 카드를 훔치고 이를 소매점에서 사용하는 유사 범죄를 반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권씨는 WMAR-2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발신자 ID를 믿어서는 안 된다. 내가 받은 전화도 뱅크 오브 아메리카 이름으로 걸려왔다”며 “상대방이 서두르거나 재촉하는 의심스러운 전화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전화를 끊고 사기범이 사칭한 기관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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