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겜2’는 정말 우리나라 전통놀이인가?

2025-01-13 (월) 07: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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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놀이,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지방마다 이름 달라

▶ 비석치기 기원 분명치 않아… 오래전부터 즐겼던 놀이
▶ 제기차기·팽이치기는 중국서 유래된듯

‘오겜2’는 정말 우리나라 전통놀이인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전작에 이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번에도 드라마 속 게임들이 외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선 전작에도 나온 바 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드라마 초반부를 장식했고, 드라마 중반엔 '5인 6각' 경기로 딱지치기, 비석 치기, 공기놀이,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게임 5개가 한꺼번에 소개됐고, 후반부엔 짝짓기 게임까지 등장했다.

3년 전 전작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딱지치기, 달고나 등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공기놀이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공기놀이의 영어 표기인 'Gonggi'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소셜미디어에선 공기놀이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드라마 속 게임들이 정말로 우리의 전통 놀이일까. 백과사전 등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이를 검증해봤다.

◇ 공기놀이,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지방마다 이름 달라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한국민속예술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공기는 조선시대 화가 윤덕희의 '공기놀이' 그림이나 헌종 때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등장할 만큼 그 유래가 오래됐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엔 "우리나라 아이들이 둥근 돌알을 가지고 노는 놀이가 있어 '공기'라고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의 '한국민속대관'에 따르면 오늘날 '공기놀이'라는 명칭이 일반화됐으나 지방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예컨대 경북에선 '짜게받기', 경남에선 '살구', 전남은 '닷짝걸이', 평안도·황해도에선 '좌돌리기' 등으로 불렸다.


해안 지방에서는 검정 차돌을 공깃돌로 사용했고, 내륙 지방에선 적당한 돌이나 깨진 기왓장 같은 것을 둥글게 만들어서 썼다고 한다.

서양에도 공기놀이와 유사한 '잭스', '너클본'이라는 놀이가 있다.

'한국민속예술사전'은 공기놀이가 놀잇감을 구하기 쉽고 놀이 방법도 비교적 간단해 오래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행해졌던 놀이로 추정했다.

공기놀이는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등장하면서 세계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고, 유럽 축구 무대에서 활약하는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백승호(버밍엄) 등 유명인들이 '공기놀이' 챌린지에 동참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 제기차기, 고대 중국 '축국'서 유래된듯

제기차기는 고대 중국에서 무술을 연마하기 위해 행하던 공차기 놀이인 '축국'(蹴鞠)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이 축국이 조선 초기엔 '뎌기'라고 불렸다가 18세기 이후 '져기', '젹이'를 거쳐 오늘날의 '제기'가 됐다.

처음엔 공을 사용했다가 점차 공이 아닌 건, 건자, 척건자와 같은 제기가 등장했다. 이 중 척건자는 무거운 물체에 종이나 털을 엮어 만든 것으로, 공을 쉽게 만들 수 없던 상황에서 아이들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형태의 제기였다라고 '한국세시풍속사전'은 설명했다.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시대에 축국을 즐겼다는 기록이 확인되고, 조선시대엔 아동들의 놀이로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엔 청년들이 내기 제기를 자주 해 급기야 제기가 엽전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이 엽전 제기가 오늘날 제기 형태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지역에서는 한번 차고 땅을 딛고, 또 차고 땅을 딛는 방식의 차기를 '땅강아지', 두 발을 번갈아 차는 것을 '어지자지', 땅을 딛지 않고 계속 차는 것을 '헐랭이'라고 불렀다.

◇ 팽이치기, 당나라 때 성행한 놀이서 유래된듯

팽이치기는 겨울철 얼음판 위에서 하는 대표적인 민속놀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는지 불분명하지만, 통상적으로 중국 당나라 때 성행하던 놀이가 신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에 신라에서 팽이가 유입됐다는 기록이 있어, 팽이치기가 삼국시대에 이미 유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숙종 때 편찬된 '역어유해'와 정조 때의 '한청문감'엔 팽이가 '핑이'로 적혀 있는데, 핑이는 어떤 물체가 빙빙 돈다 또는 핑핑 도는 모습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보인다.

팽이는 보통 박달나무, 향나무, 팽나무와 같이 무겁고 단단한 나무를 원추형으로 뾰족하게 깎아 만든다. 일제 강점기 이후엔 뾰족한 끝부분에 못이나 작은 쇠구슬을 박아 만들기도 했다.

◇ 비석치기 기원은 분명치 않아…오래전부터 즐겼던 놀이

일정한 거리에 놓인 작은 돌을 쓰러뜨리는 놀이인 비석치기는 '비사치기'가 표준어이다. 비석치기 외에도 비사잭기, 비석까기, 목자까기, 비새치기, 비사색기, 자새치기, 망깨까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비석치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놀이로 추정되지만 그 기원은 분명치 않다.

탐관오리의 공을 기리는 송덕비를 돌이나 발로 차는 데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이때 비석은 '돌로 만든 비'라는 의미의 '비석'(碑石)이다. 하지만 돌을 날려서 치는 놀이라는 뜻의 '비석'(飛石)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한국민속예술사전'의 견해다.

'한국민속대관'은 인류가 초기 문명 시절부터 즐겼던 투석전에서 비석치기가 유래한 것일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놓았다.

드라마에선 돌을 손으로 던져 일정한 거리에 세워진 돌을 맞추는 것으로 비석치기를 그리고 있지만 실제 놀이에서 돌을 쓰러뜨리는 방식은 다양하다.

발로 차서 맞추기, 발등에 얹고 가서 맞추기, 무릎에 끼고 가서 맞추기, 가랑이에 끼고 가서 맞추기, 배 위에 얹고 가서 맞추기, 어깨 위에 얹고 가서 맞추기 등이 있다.

'한국세시풍속사전'은 비석치기에 "과학적 운동 원리가 담겨 있다"며 "손끝이나 발끝에서 무릎, 가슴, 어깨, 머리로 비석을 옮겨가는 과정에서 신체의 상하좌우 균형이 치밀하게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난도에 따라 익살스러운 동작이 적절히 안배됐기 때문에 유쾌하게 놀이에 빠져들게 된다"고 평가했다.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유래 의견 갈리기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등장하며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의 '시그니처' 게임이 됐지만, 고문헌에는 이 놀이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한국민속예술사전'은 "옛 문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볼 때, 이 놀이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항목이 없다.

한국민속학회가 교육부 용역으로 수행한 '초등 교과서 전래놀이의 교육적 적절성 분석 정책연구'(2020)에 따르면 이 놀이는 전통적인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가 변형된 형태로 보인다. 단, 참가자들이 숨지 않는다는 점에서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와 차이가 있다.

이 놀이가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주장도 있다.

재일동포 3세 홍양자 씨가 쓴 '우리 놀이와 노래를 찾아서'(2000)에 따르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1930년대 일본의 놀이가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로 건너와 정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선 술래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말 대신 '오뚝이가 넘어졌다'는 의미의 '다루마상가 고론다'(だるまさんがころんだ)라고 외친다. 둘 다 열 개 음절의 말이다.

홍씨는 이 책에서 "일제 강점기에 유행했던 다른 놀이가 다 넘어왔는데 1940년대에 보편적으로 유행한 이 놀이('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만 넘어오지 않았을 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민속예술사전'도 홍씨의 주장이 "일견 타당하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본에서 시작됐기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교육부 용역 보고서 '초등 교과서 전래놀이의 교육적 적절성 분석 정책연구'에도 일본 유래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보고서에 첨부된 '연구대상 5건의 놀이노래에 대한 한일 상호간 연관성'이라는 자문자료에 따르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한국전통음악에서 별로 쓰이지 않는 2박 계통의 리듬과 '솔시b도'의 선율을 사용한 감안하면 "일본식 민요선율로 노래가 만들어졌다고 보아도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일본 와라베우타(わらべうた·전래노래)와 함께 전해져 온 놀이 문화가 당시엔 일본식 그대로를 답습했다가 해방 이후 변형돼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정작 본 보고서는 중국의 '하나둘셋, 나무사람', 서구권의 '왓츠 더 타임, 미스터 울프?(What's the time, Mr.Wolf?)',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Red light, Green Light)' 등의 유사 놀이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점을 들며 서구 놀이가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거나 직접 한국으로 바로 전해졌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은 '한국 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일본 놀이 '다루마상가 고론다'와의 관계 연구'(2022)란 논문에서 일본 유래설을 지지했다.

일본 강점기 무궁화 전파 운동을 하던 남궁억 선생이 일본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선 가사에 무궁화꽃을 넣어서 바꿔 부르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시기는 1937∼1939년 무렵으로 봤다.

임 관장은 그러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결국 '오징어 게임2'에 나오는 게임 중 적지 않은 수가 한반도에서 연원하기 보다는 다른 나라로부터 흘러들러 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런 놀이가 전통 놀이가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문화는 전파되기 마련이기에 놀이의 고유성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한국민속예술사전'이 잘 지적했듯이 "우리 정서에 맞고 아이들이 즐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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