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 기준으로 ‘예스맨’ 인선…1기 때와 달리 ‘어른의 축’ 부재
▶ 경제·통상·이민·대외 정책 변경 속도전 전망…일각 “불법 지시도 이행할 것”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20일 취임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충성파를 전면 배치한 트럼프 2기 내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파 진영에서 이른바 '딥스테이트'(deep state·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정부 내 관료 집단)로 표현되는 관료주의를 혁파하고 경제 ·대외·이민 분야 등에서 정책 대전환을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가(MAGA·트럼프의 선거 구호) 전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트럼프 측 논리다.
하지만 '예스맨'만으로 내각이 구성돼 집권 1기 때, 이른바 '어른의 축'처럼 내각 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다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지난해 대통령의 공적 행위는 퇴임 후에도 완전히 면책된다고 판결함으로써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에 사실상 '면죄부'를 쥐여줬다.
또 연방 의회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정치 환경은 신(新)식민주의적 대외 정책까지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의 독주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 트럼프, 플로리다·폭스뉴스·기업가 출신 '마가 충성파' 기용트럼프 당선인의 2기 내각 후보자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마가 전사'와 '충성파'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를 비롯한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의 사상)을 추종하는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할 수 있는 사람들로만 뽑았다는 의미다.
내각 및 백악관 참모들의 구체적인 배경은 트럼프 당선인의 거주지인 플로리다주 출신,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 방송인 폭스뉴스 출신, 트럼프 당선인과 같은 기업가 출신, 1기 참모 가운데 충성도가 검증된 인사 등으로 크게 나뉜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정치적 생활 반경에 있는 사람 가운데서 발탁했다는 뜻이다.
플로리다파 중에는 ▲ 국무부 장관 후보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 ▲ 법무부 장관 후보자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부 장관 ▲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마이크 월츠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 ▲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 수지 와일스 등이 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 피트 헤그세스를 비롯해 ▲ 교통부 장관 후보자 숀 더피 ▲ 국가정보국(DNI) 국장 후보자 털시 개버드 ▲ 주이스라엘 지명자 마이크 허커비 등은 폭스뉴스에서 진행자 혹은 패널 등으로 활동했다.
트럼프 2기의 주요 보직에는 트럼프 측의 신(新)실세로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에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막대한 부를 가진 기업가 출신도 적지 않다.
재무부 장관 후보자인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를 비롯해 ▲ 상무부 장관 후보자인 하워드 러트닉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 CEO ▲ 에너지부 장관 후보자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CEO ▲ 항공우주국(NASA) 국장 후보자 재러드 아이작먼 등도 기업가 출신이다.
이들의 합류로 트럼프 내각은 구성원 전체 재산이 일부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억만장자 내각이 됐다.
여기에 무역 및 제조업 선임 고문에 지명된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국경 차르'로 내정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 국경 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에 발탁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 등은 1기 때부터 트럼프 당선인과 손발을 맞춰온 검증된 인사들이다.
이와 별개로 '젊은 마가 전사'로 꼽히는 엘리스 스터파닉(40·유엔 대사), 캐시 파텔(44·연방수사국 국장) 등 트럼프 2기 정부에 합류할 예정이다.
◇ 충성심 기준에 정책 철학·역량 논란도…일각 "불법 지시도 수행할 것"트럼프 당선인이 내각을 비롯한 2기 정부의 핵심 자리에 충성파를 배치한 것은 1기 정부를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공화당 내 아웃사이더로, 전격적으로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권까지 거머쥐었지만, 주변에 이른바 '자기 사람'이 없었고, 이에 따라 외부에서 발탁한 정부 고위 인사들과 수시로 충돌했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 보면 '지시 불이행'인 이런 대립은 이른바 '트위터 경질'로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취임했을 당시 임명한 내각 인사 가운데 4년 동안 자리를 지킨 사람은 전체의 4분의 1에 그쳤다.
당시 내각을 떠난 인사 중에서는 국무장관이었던 렉스 틸러슨, 국방부 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 등 '소신파'들이 우선 꼽힌다.
이들은 트럼프 1기 정부 초기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를 폭발하던 시기에 북한 문제에 있어 군사 옵션보다는 외교적 해법을 우선하도록 하는 역할 등을 해서 이른바 '어른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는 집권 1기 때 나름 충성파로 분류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 등조차도 일찌감치 내각 인선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을 정도로 경륜이나 능력보다도 충성심에 근거해 인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인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대선 전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책은 물론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그들의 능력을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측은 이른바 면접 과정에서 일종의 충성도 테스트를 실시했으며 트럼프 2기 정부의 실세인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까지 직접 나서 인사 비토권을 행사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직후에 인사 원칙으로 '대통령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상당수 후보자의 정치 성향이나 도덕성 등 자질 문제도 내각에 대한 논란을 키우는 요소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 사실상 정치 보복을 공언한 상황에서 파텔 FBI 국장 후보자는 과거에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본디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 보복성 지시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헤그세스 후보자,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개버드 DNI 국장 후보자 등은 경험을 비롯해 부처를 이끌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으나 현재는 반(反)트럼프 인사로 변신한 존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5일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후보자들의 철학이나 능력, 인성은 다양하지만, 불행하게도 효과적인 통치의 근간이 되는 규범과 기준, 심지어는 합법성까지 무시하고 트럼프의 명령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모두 한결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와일스 비서실장 내정자는 지난 9일 보도된 NYT 기사에서 내각 인사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차라리 (현상 유지를)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을 최고 자리에 앉히고 기관이나 업무를 아는 사람이 그를 돕도록 하겠다고 했다"면서 "만약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것이 이해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