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 시속 99마일 달해
▶ 소방 당국 “최악의 상황”
▶ 뉴섬지사 비상사태 선포
▶ 바이든 “모든 필요 지원”
지난 7일 밤 허리케 인급 강풍 속에 불 길에 휩싸인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한 주 택에서 소방관이 필 사의 진화 작업을 펼 치고 있다. [로이터]
서부 최대 도시 LA의 해안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악마의 바람’으로도 불리는 돌풍을 타고 피해를 키우고 있다. 7일 오전 말리부 인근 부촌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근 LA 일대에서 불고 있는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로 인해 다른 산불까지 겹치면서 통제 불능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샌타애나 강풍은 인근 네바다주와 유타주로부터 불어오는 건조하고 따듯한 바람으로, 거대한 분지 지형인 ‘그레이트 베이슨’에 갇혀 있던 높은 기압의 공기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분출되듯 터져 나오면서 강한 국지성 돌풍의 형태로 나타난다.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보통 1월은 캘리포니아에 자주 내리는 비가 국지성 돌풍으로 인한 대형 산불의 위험을 상쇄시켜줬는데, 올 겨울은 이상 기후로 인해 이례적인 겨울 가뭄이 이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산불은 7일 밤 파사디나 북쪽 알타데나 인근 이튼 산불, LA 북부 실마에서 일어난 허스트 산불, 8일 새벽 10번과 405번 프리웨이 근처 우들리 산불로 이어지면서 모두 5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했다.
강풍 여파로 진화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가운데 LA 카운티 전역에 걸쳐 10만여 명 이상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1,100개 이상의 건물이 산불로 파괴됐다고 앤서니 마론 LA카운티 소방국장이 밝혔다. 소방당국은 수천명의 소방대원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지만 강한 바람으로 인해 헬기를 잘 띄우지 못하는 등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대 시속이 99마일에 달하는 이번 ‘악마의 바람’은 이튿날인 8일 저녁까지도 이어졌다. 국립기상청(NWS) LA 사무소는 X를 통해 낮은 습도로 초목이 건조해져 “화재 발생에 있어 최악의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LA의 대표적 부촌의 하나로 할리웃 영화배우 등 스타들이 다수 거주하는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는 이번 산불 피해 지역에 거주하는 할리웃 스타들도 대피 행렬에 합류했다. 배우인 제임스 우즈는 집 근처 수풀과 야자나무가 불타는 영상을 X에 올리면서 “차도에 서서 대피할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사는 배우 스티브 구텐버그도 도로가 “주차장이 아니다”라며 소방차가 이동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차를 버리고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극심한 화재 위험을 야기하는 매우 위험한 돌풍이 불고 있다”며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LA를 방문중에 이날 뉴섬 지사와 통화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진화에 필요한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을 제공했다”며 “행정부는 대응 지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는 퍼시픽 팰리세이즈 주민들과 LA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경계심을 갖고, 지역 당국자들의 말을 들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또 아프리카 출장길에 나섰던 캐런 배스 LA 시장도 LA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대형산불 사태가 발생하자 8일 오전 긴급히 가나 출장에서 돌아와 곧바로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 개빈 뉴섬 주지사와 알렉스 파디야 연방상원의원과 만나 정확한 피해 규모와 상황 파악 및 재난 대처에 나섰다고 LA 시장실이 밝혔다.
한편 이같은 재난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LA 지역 대형산불이 뉴섬 주지사 탓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뉴섬 주지사는 북쪽에서 내린 많은 양의 비와 눈으로 생긴 수백만 갤런의 물을, 최근 사실상 종말이 온 것처럼 불타는 곳을 포함해 캘리포니아의 여러 지역에 매일 흘려보낼 수 있게 하는 물 복원 선언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수량이 풍부한 캘리포니아 북부 새크라멘토-샌호아킨 삼각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는 물의 양을 제한한 조치를 비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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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