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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지역 한인들 “새벽에 황급히 대피… 악몽같은 밤”

2025-01-09 (목)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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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들도 산불 피해
▶ 라카냐다·알타데나 등

▶ 주택 소실 피해 늘 듯
▶ LA 전역 온통 ‘잿빛’

산불 지역 한인들 “새벽에 황급히 대피… 악몽같은 밤”

LA 카운티를 덮친 5개 동시다발 대형산불로 발생한 연기와 재가 다운타운과 한인타운을 포함한 LA 전역을 뒤덮어 마치 재난영화 장면과도 같은‘잿빛 도시’를 연출하고 있다. [로이터]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이 한인 거주 밀집 지역인 라카냐다, 파사디나, 아케디아, 글렌데일까지 확산되면서 한인 주민들도 패닉에 빠졌다. 거주지 인근까지 번져오는 불길에 새벽 시간에 일가족들이 긴급 대피하거나, 소방당국의 지시에 따라 대피를 준비하는 등 이 지역 한인들은 악몽 같은 밤을 보내야 했다. 직접적인 화재 피해가 없는 LA 한인타운의 하늘도 온통 잿빛으로 변해 노약자나 호흡기 질환자들은 바깥출입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나오기도 했다.

라카냐다 지역은 8일 새벽 3시분께부터 긴급 대피령이 떨어져 한인들을 포함한 주민들이 인근 보호소와 호텔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밸리양로보건센터를 운영하는 이종석 대표는 “8일 새벽 당장 대피해야 한다는 소식을 전달 받고 가족들 모두 LA 한인타운 호텔로 피난을 나왔다”며 “경황이 없어 앨범만 갖고 나왔다.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주변에 거주하던 한인들도 모두 대피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인들 뿐 아니라 이 지역 이웃들의 터전이 무사하기만을 기도할 뿐이다”고 말했다.

역시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김은숙씨 가족도 새벽 5시에 긴급 대피에 나섰다. 김씨는 “산불이 불과 거주지 1마일까지 근접해 와 대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가족들의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알지만 두고 나온 집이 걱정돼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인 소유 주택이 전소됐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알타데나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대피 명령을 받고 급히 짐을 꾸려 대피한 뒤, 당국으로부터 집에 불이 붙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으나 집은 이미 전소된 상태였다. 알타데나에 거주하는 이름을 밝히기 원하지 않은 한인은 “파사디나 북쪽 라카냐다 동쪽에 위치한 알타데나는 두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최근 한인들이 많이 이주했다”며 “이번 화재로 한인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듯하다”고 전했다.

아케디아의 경우 210번 프리웨이 북쪽 지역에는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나, 남쪽 지역은 아직 대피 명령을 받지 않은 상태라고 전해졌다. 210번 프리웨이 남쪽에 거주하는 천준홍씨는 “대피명령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피해 상황이 없어 정말 다행이지만 어제(7일) 밤부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2번 프리웨이 북쪽의 글렌데일 지역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글렌데일에 거주하고 있는 노수경씨는 “경찰이나 소방당국에서 아무런 안내나 문자 등을 받지 않아 몰랐다가 아침에 가족들의 전화를 받고 대피 명령이 내려진 걸 알았다”며 “혹시 몰라 귀중품을 챙기고 짐을 싸고 있기는 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하다”고 전했다. 노씨는 “이어 대피 후 빈집에 도둑들이 들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 마음이 복잡하다”고 전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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