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줄고 미국 늘어
▶ 한중 분업체계 변화
▶ 미 중심 공급망 재편
지난해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거치며 지난 21년간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립 강화로 인해 한중 공급망 분업 체계가 흔들리면서 대중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대미 투자와 수출은 동시에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은 2023년보다 6.6% 늘어난 1,330억2,600만달러로, 주요 10개 지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대미 수출은 10.45% 증가한 1,277억9,100만달러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
대미 수출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으며, 8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52억3,5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03년(8억9,100만달러) 이후 가장 좁혀진 것이다.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처음으로 앞선 2003년 8억9,100만달러였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8년 894억500만달러로 역대 가장 컸다. 2018년 대중 수출액은 1,621억2,500만달러로, 대미 수출(727억2,000만달러)의 2배 이상이었다.
이후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2019년 628억5,900만달러, 2020년 584억4,900만달러, 2021년 670억1,100만달러, 2022년 460억2,300만달러, 2023년 91억2,200만달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대중 수출은 줄어들고, 대미 수출은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월별 대중·대미 수출액 기록도 100억달러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중국과 미국 간 교역 순위 변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중 수출은 2021년 1,629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2022년 1,557억달러, 2023년 1,248억달러, 2024년 1,330억달러로 줄었다. 중국의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급률 상승으로 인해 한중 교역 구조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은 부품·소재 등 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놓으면서 한국도 중국 경제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려왔다. 실제로 대중 수출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10년 만인 2010년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넘어섰고, 2015년 한중 FTA까지 발효되면서 2021년 정점에 달했다가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증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8.2%), 반도체(122.8%), 일반기계(3.6%), 컴퓨터(196.8%) 등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첨단산업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기계류 및 중간재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