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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통해 편견·차별 극복”

2025-01-06 (월)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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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흑 혼혈 야구선수 다룬 ‘베이스볼 하모니’ 다큐

▶ 홍지영 감독 에미상 도전

“스포츠 통해 편견·차별 극복”

홍지영(왼쪽) 감독과 김영도씨. [홍지영 감독 제공]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극복한 한 인간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미주 한인 홍지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가 에미상에 도전한다. 홍 감독은 1세대 한·흑 혼혈인으로서 한국과 미국에서 일생 동안 편견과 싸워야 했던 김영도씨를 통해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베이스볼 하모니’는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야구 선수이자 4번 타자였던 김영도씨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김영도씨의 어린 시절부터 야구 선수로서의 활약, 그 이후의 삶까지 담고 있다. 특히 김영도씨가 고아원에서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선수 시절의 활약, 그리고 미국 이민 후의 삶 등을 통해 그의 복잡한 정체성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영화감독이자 서던 네바다 칼리지(CSN) 겸임교수인 홍 감독이 김영도씨를 만난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됐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홍 감독의 어머니가 “한국말을 엄청 잘하는 흑인이 있다”고 전한 것이 계기였다. 홍 감독은 직감적으로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고 느꼈고, 김영도씨와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후 홍 감독은 오랜 설득 끝에 김영도씨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했다.


김영도씨는 동대문상고와 동아대에서 활약하며 한국 야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혼혈인으로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겪었고, 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후에도 언어장벽으로 인해 여전히 사회적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도씨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며, 스포츠를 통해 자신을 넘어서고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갔다.

홍 감독은 “김영도 선생님은 1세대 흑인 혼혈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성공을 이뤄낸 분임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 어디에서도 사회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항상 경계인으로 살아야 했던 분”이라며 “김영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해서 떠오른 생각은 내가 속한 사회에서 끊임없이 편견과 싸워야 하는 미국 내 모든 이민자들이 이 이야기에서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2023년 12월에 공개된 홍 감독의 ‘베이스볼 하모니’는 미국 기독교 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멘터리, 베스트 감독, 베스트 작가, 베스트 음악·편집상을 수상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세계적인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돼 큰 주목을 받으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김영도씨의 이야기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 작품은 에미상에도 도전하며 그 의미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홍 감독은 “에미상에 도전하기 위해 기존 64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30분으로 재편집했다”며, “이 작품을 통해 김영도 선생님의 삶과 그가 겪은 고통,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전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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