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 민간 영웅. 매력남.
이번달 유나이티드헬스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톰슨을 사살한 혐의로 기소된 루이지 맨지오니에 대한 미화는 소름을 돋게 한다. 언론에 보도된 범죄동기를 두고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공인인 두 명의 연방의원까지 동정심을 내비쳤다
이것은 기존의 정치적 경향이 한층 심화된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파괴와 응징에 대한 대중의 핏빛 갈망을 보여준다. 미국인들은 문제의 해법을 제안하는 지도자를 거부하는 대신 비유적이건 문자 그대로이건 -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리길 원하는 반영웅(antihero)을 지지한다.
미국민은 단지 의료제도뿐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 분노한다. 그들이 보이는 혐오는 상당부분 이해가 간다. 미국의 의료제도는 아주 오래 전부터 보험가입이 부담스러울만큼 비쌌고 가성비 역시 신통치 않았다. 한편 주택과 같은 다른 주요 경비도 따라갈 엄두조차 낼 수 없을만큼 급상승했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확한 정책 운영방식을 두고 종종 의견이 갈렸지만 목표는 늘 문제해결을 위해 법과 규정을 수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입법부의 교착상태와 분노를 유발하는 정치적 수사로 인해 이같은 접근법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쳤다. 포퓰리스트들은 제도 자체가 대중에게 불리하게 조작되었기 때문에 이를 고치겠다는 생각 따위는 이제 잊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포퓰리스트들은 이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시스템을 조작한 사람들을 처벌하자며 핏대를 올린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의 차기 행정부는 ‘딥 스테이트’의 대대적 숙청과 함께 대통령 당선자의 정적들을 사법처리하려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가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국세청(IRS) 청장으로 지명한 인사들은 그들이 이끌 기관을 파괴하겠다고 대놓고 약속했다. 트럼프의 정권인수팀은 은행 예금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정부 기능마저 폐기하는 방법을 궁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우익의 독점적 전술이 아니다: 좌파 포퓰리스트 또한 현학적이고 백서에 기반을 둔 정책결정에서 ‘조작된 제도’를 척결하자는 수사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들의 희생양은 대기업 중역실에 포진한 ‘괴수’들이다.
포퓰리스트 좌파는 주택가격이 “불충분한 공급과 구역 제한, 복잡한 해법을 요구하는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 소수의 사악한 기업투자가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높은 가스비도 마찬가지로 공급망 교란 혹은 최근의 시장 붕괴로 인한 생산자들의 우려 때문이 아니라 ‘폭리’를 취하려는 기업들 탓이다. 호되게 비싼 의료서비스는 행정적 낭비를 조장하고 서비스 공급자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시스템보다는 몇몇 ‘욕심 사나운 악당 보험사’들의 잘못이다.
모든 기업가들이 늘 반듯하게 행동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시장이 제공하는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포퓰리스트들의 접근법은 인센티브를 재정리하기보다는 인지된 악당에 대한 처벌에 주안점을 둔다. 예컨대 과다한 이익을 챙기는 기업을 처벌하는 방식이다.
꼼꼼하고 안전한 정책 결정은 지루하다. 그보다는 응징이라는 원초적 욕구에 매달리는 쪽이 훨씬 빠르고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맨지오니를 향한 소름끼치는 환호로 돌아가자. 총격 용의자의 매력은 대중을 대신해 기성 시스템에 불의 심판을 내리겠노라 약속하는 정치인들의 매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까지 그런 수사는 대부분 비유적이었다. 필자는 유권자들이 그들을 망치려 든다고 믿는 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기대하고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게 아닌지 두렵다.
예를 들어 “내게 계획이 있다”던 기술관료인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상원의원(민주-매서추세츠)은 의료시스템의 실패에 대한 맨지오니의 흉폭한 대응에 동의했다. “보험사의 비윤리적 관행에 의해 바가지를 쓰고, 협박과 사기를 당했다는 대중의 감정적 반응은 모든 의료 시스템 종사자들에게 주는 경고가 되어야 한다”고 워런 의원은 주장한다. (그러나 워런 의원은 뒤이어 “폭력은 결코 대답이 될 수 없다”며 말을 바꾸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하원의원(민주-뉴욕) 또한 ‘자경주의’를 묵인하는데 바짝 다가섰다: 그녀는 “폭력적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혼동되고 충격을 받거나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그들의 거부된 주장을 자신을 향한 폭력적 행동으로 해석하고, 느끼고, 경험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 고문인 팀 우도 소셜미디어에 비슷한 댓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분노를 치밀게 만드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처럼 파괴적인 반사반응에 빠지면 명백한 도덕적 혐오감을 가져올 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의료보험사 최고경영자를 살해하는 것은 더 많은 미국인들이 치료를 받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FBI 숙청이 범죄를 줄이지 않을 것이다. 정적을 투옥한다 해서 계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언가를 쌓아올리기보다 무너뜨리는 편이 쉽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려면 궁극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건 지루하고 여려운 일이며 요즘은 대중의 지지마저 받지 못한다.
의료부문의 영웅을 만들고 싶다면 의료보험 커버리지를 상실한 병자를 대변하는 법률조력 변호사들과 커뮤니티 의료센터의 간호사와 의사, 환자에게 가해지는 환경적 위협을 알리는 내부고발자 의료인들, 저소득 가정을 의료서비스 기관에 연결시켜주는 소셜워커들에게 눈길을 돌려라.
공공 의료보험을 확대하고, 기존병력을 지닌 환자들을 보호하며, 보험료와 자비부담을 푹소하고, 보험사에게 보험청구액을 온전히 지급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미국민이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정치인들도 영웅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이런 일은 매력직이지 않고 방송을 타지도 못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을 돕는 이같은 행동이야말로 유권자들의 아낌없는 칭찬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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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