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싼 집값·세금 못 참겠다”…이주자 절반이 남부 지역

2024-11-29 (금)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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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주 집값의 2분의 1 수준
▶ 플로리다·텍사스 인기 높아

▶ 소득세 없고, 판매세 낮아
▶ ‘온화한 기후’도 선호 요인

“비싼 집값·세금 못 참겠다”…이주자 절반이 남부 지역

올해 이주자의 절반은 생활비가 낮은 플로리다와 텍사스 등 남쪽으로 이사했다. [로이터]

올해 이사한 미국 사람들의 46%가 플로리다와 텍사스 등 남쪽으로 이사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주택가격과 낮은 세금, 강력한 일자리 시장 등의 매력이 사람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전미부동산협회(NAR)가 발표한 ‘2024년 이사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남쪽으로 이사했고, 25%는 서쪽으로 이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서부는 이사 수요의 18%를 차지했고, 북동부는 이사하기에 가장 인기 없는 지역으로 11%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37만2,670명과 31만5,301명의 새로운 주민을 각각 유치하며 ‘사우스 무브’ 트렌드를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이 저렴한 주택과 낮은 세금, 강력한 일자리 시장과 같은 3박자의 매력이 맞아떨어지며 전국 주민들에게 이동의 손짓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NAR의 사업·소비자 연구 책임자인 맷 크리스토퍼슨은 “미국인들이 더 저렴한 주택 선택지를 위해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더욱 많은 집을 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남부로 이주한 사람들은 다른 주와 비교해 더 낮거나 유리한 세율과 더 나은 일자리 기회에 많이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히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일자리가 10% 이상 늘어났다”며 저렴한 주택과 낮은 세금, 강력한 일자리 시장 등의 장점으로 이들 지역은 주택 구매자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플로리다, 텍사스 등 남부 지역과 비교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캘리포니아의 세금과 주택 가격은 살인적인 수준이다. 재테크 업체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주택 중간 가격은 86만9,000달러로 플로리다(43만3,000달러)와 텍사스(34만9,000달러)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비싸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세금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떨어진다. 소득세의 경우 캘리포니아는 13.30%에 달하지만,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소득세가 존재하지 않는다. 판매세의 경우 캘리포니아는 8.85%로 텍사스(8.20%)와 플로리다(7.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부지역의 온화한 기후도 거주 선호도가 높은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난 만큼 비싼 모기지 페이먼트 또는 렌트비를 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격이 저렴한 데다 날씨도 따뜻한 남부 지역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수석 경제학자 랄프 맥라플린은 ”주택 시장 관점에서 볼 때 남부 지역은 기존 주택 재고와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하고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낮아 주택을 구매하기에 더 용이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점은 팬데믹을 통해 미국인들이 타인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넓은 집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리얼터닷컴은 ”팬데믹은 미국인들의 집에 대한 생각을 바꿔 놓았으며 이전보다 공간과 편안함이 주택의 필수요소에서 더욱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됐다“며 ”야외 공간의 유무는 이제 주택 구매의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주택 구매자의 42%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NAR의 부수석 경제학자인 제시카 라우츠는 ”원격 근무가 일반화되며 이사하는 사람의 43%가 직장 위치가 이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은퇴자와 원격 근무자가 직장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이사하는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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