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멕시코·캐나다에 농산물·원유 의존
▶ “물가 1% 상승”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가운데 미국의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비롯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6일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과 관련해 돼지고기·소고기·아보카도·테킬라 등 식료품과 주류 가격이 상승하고 향후 상품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에 대한 핵심 농산물 공급국으로, 미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두 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농산물 규모는 860억 달러(약 120조원)에 이른다.
멕시코의 경우 미국 채소류 수입의 3분의 2, 과일·견과류 수입의 절반 정도를 담당하며, 멕시코산 아보카도(약 90%)·오렌지주스(35%)·딸기(20%) 등에 대한 의존도 높은 상황이다.
아보카도 주산지인 멕시코 미초아칸주 주지사 알프레도 라미레스는 "인플레이션 소용돌이를 유발할 것"이라면서 "수요는 줄지 않고 비용과 가격만 오르고, 인플레이션과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 영향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멕시코산 주류인 테킬라·메스칼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46억6천만 달러(약 6조5천억원)로 2019년 대비 160%가량 늘었고, 매년 멕시코에서는 소 100만 마리 이상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파이년설타임스(FT)는 미국 원유 업계에서도 휘발유 가격 상승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원유 수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캐나다에서 들어오며, 지난 7월에는 하루 430만 배럴로 사상 최고 수준을 찍은 바 있다.
미국에서 정제되는 원유의 약 40%가 수입되는데 이 가운데 60%는 캐나다, 11%는 멕시코에서 온다.
캐나다 석유생산자협회의 리사 배이턴은 "석유와 천연가스에 25% 관세 부과 시 캐나다의 생산이 줄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휘발유·에너지 비용은 늘어나고 북미 에너지 안보는 위협받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한 석유화학업계 단체(AFPM)도 "수입 비용을 늘리고 석유 공급에 대한 접근성을 줄이는 무역정책 등은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미국의 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석유 수입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발표로 거의 전 분야에서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울프리서치는 매년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 부품이 970억 달러(약 135조4천억원), 완성차가 400만대가량이라면서 25% 관세 부과 시 미국이 수입하는 차량 평균 가격이 3천 달러(약 418만원) 정도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올해 미국의 경량 차량 판매 전망치의 6%가량인 100만대 정도 수요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관세 방침 및 그에 따른 보복 관세 가능성 등을 고려, 내년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0.75%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국 가계가 국산품이나 저관세 제품 사용으로 대체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5%로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 여파로 물가가 1% 오를 수 있으며 2026년까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이 '신규 관세가 없을 때보다' 각각 0.6%, 1%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CNBC 방송이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험치에 따르면 실효관세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0.1% 상승한다"면서 "관세 공약 현실화 시 근원 PCE가 0.9%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상승 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 등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