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대통령에 취임한 빌 클린턴의 최우선 과제의 하나는 여성을 법무장관에 앉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발탁된 것이 조이 베어드라는 법조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장관이 되지 못했다. 불법체류자를 보모로 고용하고 소셜 시큐리티 세를 내지 않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후임으로 지명된 킴바 우드도 자진 사퇴했다. 그녀 또한 불법체류자를 보모로 채용한 것이 밝혀졌다. 그녀가 보모를 채용한 시점은 이것이 불법화되기 이전이었고 세금도 냈지만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법무장관을 하기에는 자격 미달이라는 게 여야를 막론하고 일치된 의견이었다.
그후 30여년이 지난 2024년 중범 도널드는 맷 게이츠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워싱턴에서 밥을 먹는 정치인 치고 이보다 더 무자격자는 찾기 힘들 것이다. 변호사 자격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일을 해 본 경력도, 큰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도 없다. 연방 하원의원으로 일하면서 한 일이라고는 자신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조사했다는 이유로 민주당과 공모해 케빈 맥카시 연방 하원의장을 축출한 것 뿐이다.
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것은 그의 단짝이던 조엘 그린버그라는 인물이 미성년자 성매매, 송금 사기, 신분 도용, 뇌물 공여 등 혐의로 11년 징역형에 처해지면서 사실은 게이츠와 함께 마약을 사용한 섹스 파티에 자주 갔다고 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시작된 연방 법무부 조사 결과 게이츠는 수십명의 여성에게 돈을 보냈으며 이 중 한 여성은 당시 17살의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여성과 이 여성의 친구는 하원 윤리위 조사에서 성매매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 윤리위 보고서에는 이밖에도 게이츠의 불법 마약 사용과 선거 자금 유용, 뇌물 수수, 음란물 공유, 신분 도용 등에 관한 자료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는 보고서 발표를 수일 앞두고 법무장관 지명 소식을 듣자마자 의원직을 사임했는데 이는 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는 거센 비판 여론에도 불구,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와 연방 상원을 방문, 설득 작업에 들어갔으나 상원의원들과 만난 후 돌연 법무장관 지명 사퇴 의사를 밝혔다. 새 의회의 상원 의석수는 공화 53, 민주 47이기 때문에 공화당에서 4명만 반대가 있어도 인준이 되지 않는데 적어도 4명이 게이츠만은 안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장관 후보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몸에 십자군의 구호였던 ‘신은 원한다’(Deus Vult)를 새기고 다닐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도를 자칭하는 그는 육군 소령 출신으로 군 경력도 짧고 큰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도 없다.
도덕성도 문제다. 그는 2017년 두번째 부인과 이혼 소송 중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폭스 뉴스 진행자와 사이에 사생아를 낳았고 그해 10월 가주 몬트레이에서 열린 여성 공화당원 대회에 참석한 여성을 자신의 호텔 방으로 불러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자식과 남편이 옆방에 있는데도 그를 따라 방까지 간 여성도 문제지만 소위 독실한 신자라는 인간이 유부녀를 꼬여 섹스를 했다는 것은 더 한심한 일이다.
이 여성은 나중에 자신이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고 헤그세스는 돈을 주고 입을 막았으며 경찰은 수사를 종결했다. 그는 돈을 준 것은 스캔들이 터질 경우 폭스 뉴스에서 쫓겨날까봐 그랬다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 후생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도 미국인의 건강을 책임지기에는 부적절한 사람이다. 온갖 음모론자 신봉자로 보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백신 무용론자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은 없다”가 신조인 그는 코로나 사태 동안 일관되게 백신 의무화를 반대해왔다. 가장 많은 인류를 죽인 질병인 천연두가 저절로 없어진 것으로 아는 그가 보건 총책이 될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궁금하다.
프로 레슬러 출신으로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린다 맥맨도 비슷하다. ‘세계 레슬링 엔터테인먼트’ 창립자인 그녀가 쇼랍시고 친딸 따귀를 때려 쓰러트리고 딸이 모친을 다시 때려 뉘는 장면은 기괴하다 못해 소름이 끼친다. 그녀는 소년 선수들의 성추행 의혹을 묵살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들 장관 후보자의 공통점은 다른 건 내세울 게 없지만 도널드에 대한 충성심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널드는 당선되자마자 상원 동의없이 이들을 임명할 수 있는 ‘휴회 임명’ 의사를 밝혔는데 이들 면면을 보면 그 이유가 자명해진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조차 통과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것이다. 아직도 도널드 집권 2기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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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