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6월 행정명령 지목
▶“바이든 정책으로도 가능”
▶ 신속추방 등 강경책 실시중
▶국경통과 이민자 이미 급감
국경순찰대 노조 지지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전 남부 국경을 방문한 모습.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우선 공약인 ‘남부 국경 폐쇄’를 실현하는 데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이 느슨하다고 비판해왔지만, 바이든 정부는 국경 폐쇄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NYT가 지목한 해당 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초 발표한 행정명령이다. 합법적 서류 없이 남부 국경을 넘어온 사람의 망명 신청과 미국 체류를 금지해 신속한 추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21년 취임 당시 인도적인 이민 정책을 약속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급증에 직면했다. 취임 2년 차에는 국경에서 불법 이민 체포 건수가 연간 200만건을 넘어섰다.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이를 빌미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미국의 치안과 일자리를 보호할 능력이 없다”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27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을 앞두고 민주당 정권에서 나온 초강경책으로 평가받는 해당 명령을 발표하며 승부수를 던졌는데, 이제는 트럼프 당선인 공약 실현에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조치로 최근의 남부 국경을 통과하는 이민자 수는 몇 년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워싱턴 라틴아메리카 연구소’(WOLA)의 애덤 아이잭슨은 지난 9월 국경을 넘은 이민자 5만4,000명 중 거의 4만5,000명이 추방되거나 구금됐으며, 9,145명만 이민법원의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바이든 행정명령)는 확실히 트럼프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잭슨은 “트럼프가 이 숫자를 ‘0’에 가깝게 낮추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특히 추방하기 어려운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구금할 방법을 찾는다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취임 즉시 남부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이민자들이 소송으로 합법적 지위를 얻을 때까지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멕시코에 머물도록 강제하는 ‘멕시코 잔류’ 정책을 재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 정책을 시행하는 데 시간과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고 NYT는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또 있다. 지난 7월 파마나 정부가 남미 출신 난민들이 육로로 미국으로 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열대우림 국경 통로인 ‘다리엔 갭’을 봉쇄하기로 했는데, 이를 미국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것이 그중 하나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망명 담당관이 심각한 범죄 기록이 있는 이민자 등을 더 쉽게 발견하고 신속히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트럼프 당선인이 핵심 공약인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을 위해 226년 된 ‘적성국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동원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 것은 1798년, 미국에 16개 주밖에 없던 시절로, 프랑스와의 전쟁 가능성이 커지던 와중에 프랑스 편을 들 가능성이 있는 이민자들을 겨냥해 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