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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경제정책에 트럼프는 이름표만 붙여라

2024-11-18 (월)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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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어떻게 해야 미국 경제를 “수리”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간단하다. 취임 첫날, 이미 수리를 끝냈다고 선언한 뒤 골프를 치러가면 된다.

무슨 뜻인고 하니,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그저 경제를 잡았다는 선언만 하라는 얘기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 정책은 단 한건도 실행해선 안되고, 정책을 집행할 실무책임자도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는 이미 잘 나가고 있으니 이를 대내외에 알릴 세일즈맨 한 명만 있으면 충분하다. 글로벌 무역전쟁을 비롯해 경제를 끝장낼 트럼프의 아이디어는 모두 잊어야 한다.

알다시피 트럼프의 승리를 도운 일등공신은 인플레이션이다. 선거당일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의 1/3이 경제에 대한 우려를 최대 이슈로 꼽았고,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분명 “저렴한” 식료품, “더 높은” 급여와 “더욱 부유한” 지역사회를 제공하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을 믿었다.


트럼프의 승리가 확정된 후 몇시간 사이에 (골드만 삭스, 캐피탈 이코노믹스, 판테온 매그로이고노믹스 등)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그들의 경제 전망을 수정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트럼프의 경제 인식과 반대되는 상황을 예측했던 애널리스트들은 황급히 물가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디. 실제로 선거 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국채시장은 예상되는 물가상승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수정된 전망은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주요 경제 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그의 주요 정책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농업과 건축업의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는 수 천만 명의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추방하며, 통화공급을 통제하는 연방준비제도를 정치화하는 방안을 포함한다.

트럼프는 또한 약간의 단기적 경기부양효과를 가져올 큰 폭의 법인세 인하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법인세 인하는 경제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번주 S&P 글로벌의 분석 전문가들은 “낮아진 법인세는 투자를 활성화하기 보다 배당금과 자사주 환매를 촉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감세는 재정적자를 늘여 결과적으로 높은 인플레와 금리인상을 불러오는데 기여하게 된다.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경제 아젠다가 그토록 재앙적이라면 주식시장이 급등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다. 주식시장의 활기는 법인세 인하 예상과 맞물려 있다. (주식은 사실상 기입의 세후 장기이익에 대한 청구권이다. 따라서 기업세율이 떨어지면 주가는 꽤 많이 올라가게 된다.)

트럼프가 방향타를 잡은 경제를 이미 한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이같은 전망에 회의적일 수도 있디. 사실 트럼프 시절의 경제는 꽤 양호했다. (최소한 팬데믹 이전까지는 그랬다.) 당시의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모두 낮았다.

그러나 경제가 양호했던 한 가지 이유는 트럼프가 지금 약속하고 있는 것들을 그때에는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황당한 아젠다를 밀어붙이려 시도할 때마다 그의 보좌관들과 의원들, 때론 법원까지 제동을 걸었다.

예들 들어보자.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하고 중앙은행의 인플레 억제력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킬만한 조치였다, 다행히 트럼프의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브 므누신이 자리를 걸고 상사의 위험한 정치적 술수를 막아냈다. 마찬가지로 개리 콘 백악관 경제고문은 트럼프가 보기 전에 대통령 집무실 데스크 위에 놓여 있던 무역관련 문건을 치워버렸다.


2차 트럼프 집권기의 어두운 경제전망은 1차 재임기와 달리 이번에는 그가 파국을 불러올 자신의 정책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실행에 옳길 것이라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물론 합리적 가정이다; 앞으로 4년간 트럼프의 폭주에 제동을 걸 “방안의 어른”이 1차 집권기에 비해 훨씬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게으르다. 게다가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의 하수인들은 대체로 무능하다. 회의도중 쉽사리 잠이 드는 타입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백악관을 되찾은 트럼프는 그가 가장 잘하는 한 가지 일만 하면 된다. 그의 주특기는 마케팅이고 지금의 경제는 다른 무엇보다 떠벌이 외판원을 필요로 한다.

미국인들이 인정하건 않건, 식료품 인플레이션은 이미 크게 내린 상태이고, 임금성장은 벌써 1년 이상 인플레이션을 앞서가고 있으며 경제 역시 건강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경제를 혹평한다. 아마도 2022-2023 인플레이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가 이어지고 임금이 계속 상승한다면 어떤 시점에 이르러 미국인들은 소득 증가율이 물가 상승율을 앞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장밋빛 상황을 널리 알리고 그 공을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데 트럼프보다 능한 인물이 있을까?

사실상, 그의 지지자들이 현실과 유리된 평행 언론 체제에 살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자신이 약속했던 멍청한 정책들을 이미 시행했고 그로 인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다.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모조리 추방하고 관세를 올린 척 시늉만하면 그만이다. 폭스 뉴스나 조 로간은 결코 사실확인을 위한 후속 질문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트집을 일삼는 일부 성가신 부류는 2025년 1월의 “트럼프 경제”가 2024년 가을의 바이든-해리스 경제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할지 모른다. 그러나 누가 신경이나 쓸까? 트럼프가 재앙을 불러올 그의 경제 아젠다를 시행하는 대신 전임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양호한 경제의 공을 가로채도록 하는 편이 훨씬 낫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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