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칼럼> 수치심과 죄책감을 물리치라!
2024-11-14 (목)
최근에 아리조나에 위치한 나바호 원주민 목회자들을 위한 신학교에서 초청을 받아서 한 주 신학 강의를 마치고 돌아왔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들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섬기고 있는 한인 선교사 부부의 간절한 요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바쁜 일정을 쪼개서 섬기고 있지만 놀랍게도 내가 무언가 주려 하려고 갔다가 내가 오히려 더 많은 인생 경험을 얻고 돌아왔기에 매우 보람된 시간이 되었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그러한 시간이 되었다.
나바호 신학교 상황을 보면 참석하는 목회자들 대부분은 제대로 신학 공부를 한 사람이 극히 드물기에 신학교 강의 내용의 수준은 bible college 정도로 하고 있으며 그 지역 교회들을 섬기는 평신도 리더분들도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한 주 강의 가운데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다. 3일째 되는날 강의를 마치고 좀 쉬려고 잠깐 앉았는데 그 날 수업을 들은 분 중에 한 분이 내게 상담 신청을 하였다. 무슨 일일까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은 평신도 리더로서 일반 직장을 다니면서 헌신적으로 교회를 섬기지만 여전히 자신의 마음 가운데 직장을 완전히 내려놓고 교회를 섬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이 너무나 커서 괴롭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목회자도 아닌 평신도로서 직장을 다니며 틈틈히 최선을 다해 교회 사역을 섬기고 있기에 매우 훌륭해 보이는데 스스로 죄책감과 수치심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조언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불현듯 내 아내의 간증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들려주었다. 내가 목회의 길로 들어서기전에 평신도로 직장을 다니다가 어느날 목회에 대한 부르심을 받고 신학교를 가려했을때 아내가 강렬하게 반대했다. 거의 1년여간 반대를 해서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하나님께서 아내에게 환상을 보여주었는데 내용인 즉, 아내는 평신도로서 자유가 주어졌을 때마다 잘못된 길로 매번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목회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니 남편을 따라 신학교에 가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 환상이 아내의 마음을 바꾸었고 신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 환상을 통해 나와 아내가 깨달은 것은 평신도로서 직장을 다니며 자발적으로 교회 사역을 섬기는 것이 훨씬 더 큰 믿음이며 우리 부부는 그러한 믿음이 없기에 지금 목회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간증을 상담을 요청한 나바호 평신도 리더분에게 들려 주면서 평신도 리더자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그리고 추가로 성경에 나와있는 “사역의 분담화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다. 에베소서 4장 11-12절,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 이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라고 했듯이 목회자들은 기도와 말씀 양육으로 성도님들을 온전케 하며, 평신도 리더인 성도님들은 최선을 다해 섬김으로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세워나가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교회의 사역은 마치 혼자 다해야 하는 것 같은 부담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십시일반 분담해서 함께 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따라서 평신도 리더자로서 일반 직장을 가지고 교회를 섬기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너무나 귀한 일이기에 죄책감과 수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물론 조금 더 교회에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은 좋은 것이지만 평신도 리더자로서 최선을 다해 직장생활을 하면서 교회를 섬기는 것은 매우 값진 일인 것임을 상기시켜 드렸다.
이렇게 상담이 끝나자 그 나바호 평신도 리더분이 감동이 되었던지 어느 덧 그 분의 눈에서 눈물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늘 이야기 하면서 오랬동안 나를 괴롭혔던 죄의식과 수치심이 드디어 사라져버렸습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라고 고백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들은 나 또한 너무나 기쁘고 감동이 함께 따라 울었다. 그렇다! 살다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수치심과 죄책감에 눌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 마다 하나님은 일보다 관계를 우선시 하시는 분임을 기억하고 수치심과 죄책감이 아닌 기쁨과 자유로움이 가득한 삶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