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희 “한미, 대북 핵대결 훈련…핵 강화 노선 바꾸지 않을 것”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국제안보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회담했다.
AFP,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과 최 외무상은 이날 모스크바 외무부 관저에서 회담을 시작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핵무기 정책 등을 언급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과 특수서비스(안보 분야) 사이에 매우 긴밀한 관계가 구축됐다"며 "이는 우리와 당신의 국민을 위한 중요한 안보 목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최 외무상은 한국과 미국이 "한미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변이시키고 무력 증강에 열을 올리면서 광적으로 벌여놓는 전쟁 도발적 행태는 언제든 조선반도(한반도)의 힘이 깨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에서 미국 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북한에 대한 핵 사용을 목표로 한 핵 대결 모의 훈련을 여러 차례 벌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는 우리에 대한 위협과 도전으로 현대적인 전략공격 무력을 계속 강화하고 핵 대응 태세를 더욱 완벽히 갖출 것이 요구된다면서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한 뒤 이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9형'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해서는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현명한 영도 아래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승리의 그날까지 언제나 러시아 동지들과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김 위원장이 "러시아의 주권적 권리와 안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성전을 일관되고 강력하게 지지·성원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미국에서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가 열린 다음 날 개최됐다. 미국 정부는 이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쿠르스크에 북한군 8천명이 배치돼 훈련받고 있으며 수일 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투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의 이같은 움직임 속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최 외무상의 회담 의제는 북한군 파병과 미국 대선에 대한 공동 대응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최 외무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가 정치·외교적으로 공동 대응할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러가 지난 6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에 기초해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롭게 협력하고 있다며 "복잡한 국제 정세에서 그 의의는 나날이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수년간 북러의 양자관계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특별한 관심 덕분에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며 "조약은 북러 관계를 더욱 심화할 수 있는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모든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우호적으로 대화하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의 합의 이행에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지 공통된 이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오늘의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러조약에는 쌍방 중 한쪽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가 되면 유엔헌장과 북·러 법률에 따라 상호 군사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이 조항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이달 북한 평양에서 제11차 북러 정부 간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 협조위원회가 열린다고 예고했다.
회담에 앞서 라브로프 장관과 최 외무상은 모스크바 야로슬랍스키 기차역에 설치된 김일성의 1949년 소련 방문 기념 명판 제막식에 함께 참석했다.
최 외무상은 러시아 공식 방문을 위해 지난달 28일 평양을 출발,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30일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