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연구팀, “어려서 친구 사귀기는 번식에 도움…나이 들면 이점 사라져”
영국 런디 섬의 참새들 [Schroeder lab/Imperial College Londo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인층의 외로움은 인간만의 문제일까.
참새들도 나이 들면 친구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진화 측면에서 번식 후 친구를 사귀는 것의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CL) 줄리아 슈뢰더 박사팀은 28일(한국시간) 영국 왕립학회 생물학 저널(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서 섬에 고립된 참새 집단의 생태를 25년간 기록한 데이터를 분석,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노년기에 친구가 적은 것은 주변에 같은 또래가 적은 문제와 함께 나이가 들수록 함께 시간을 보낼 사람을 더 까다롭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돼 왔지만, 다양한 잠재적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참새들이 떠나거나 새로 유입되지 않는 폐쇄형 서식지인 영국 브리스톨 해협 런디 섬(Lundy island)에 사는 참새들의 나이와 번식 성공률, 사회적 네트워크 등을 25년 동안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전 연구에서는 참새가 어릴 때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이 번식에 도움이 되며, 특히 이성과 관계가 좋은 참새의 번식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연구팀이 모든 참새 개체의 나이와 사회적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나이가 많은 참새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친구 수가 적어지고,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중심이 되는 경우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참새에게 친근한 태도(friendliness)를 보이는 것이 생존에 이점이 되는지 관찰한 결과, 나이가 들어서의 친근함 부족은 이점이 있다기보다는 비용이 더 들지 않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친근한 태도는 어린 참새의 경우 번식에 도움이 되지만 나이 든 참새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며 나이가 들면 친구가 감소하는 것은 번식이라는 '진화적 압력' 없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슈뢰더 박사는 "적어도 참새의 경우 '친근한 태도'는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어릴 때는 친근함이 친구 사귀는 데 도움이 돼 진화적 '이익'이 되지만 번식을 마치고 나면 친근함이 없어도 진화적 '비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진화 메커니즘은 인간에게도 작용해 나이 들수록 새 친구 사귀는 경향이 줄어드는 것일 수 있다"며 "나이에 따른 친근함의 변화에 대한 연구는 노인들이 새 친구를 사귀고 외로움을 줄이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Julia Schroeder et al., 'Not so social in old age: demography as one driver of decreasing sociality',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