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한남동라인 정리’ 등 건의…尹 “내용 보고 조치 여부 판단”
▶ 특검법 대응에 尹 “與의원들 믿는다”, 韓 “상황 악화 걱정”
▶ 당정 엇박자에 ‘국정동력·대야 주도권 확보’ 걸림돌 우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차담 장소인 파인그라스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이슈와 관련한 해법을 놓고 적지 않은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이 22일(이하 한국시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날 진행됐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 속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다.
이번 회동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이후 한 달 만에 성사된 만남이었으나 민감한 정국 현안으로 부상한 김 여사 해법에서 오히려 양측의 간극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분석이 여권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당정이 김 여사 문제를 두고 엇박자 대응을 이어갈 경우 국정 동력 확보와 특검법 문제 등을 둘러싼 야당과의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韓 "한남동라인 8명 인적쇄신"…尹 "내용 보고 조치 여부 판단"
한 대표는 이번 면담에서 애초 예고한 대로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잠정 중단 등 이른바 '3대 방안'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특히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측근 그룹으로 지목된 소위 '한남동 라인' 8명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들에 대한 사실상의 인사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이런 요구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문제를 전달하면 그 내용을 보고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구체적인 문제를 소상히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통해 알려달라고 했다.
◇ 韓, '김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청…尹 "이미 많이 활동 자제"
윤 대통령은 또 김 여사 의혹 규명 협조 건의에는 "수사하려면 객관적 혐의나 단서가 있어야지 단순 의혹 제기만으로 되는가"라고 하고, 활동 중단 요구에는 "꼭 필요한 공식 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감찰관 임명 건의에 대해서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를 상기하면서 여야 합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번 면담의 성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대표가 요청한 핵심 의제인 '김 여사 이슈'에 대해서는 성과는 사실상 전무한 '빈손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 특검법 두고 韓 "상황 악화 걱정"…尹 "與의원들 믿는다"
정치권의 시선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으로 모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감 직후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을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더라도 11월 안에 재의결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대 관심사는 재표결에서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지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 이슈'에 대한 조처를 강조하면서 특검법 통과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 당시 발생한 여당 이탈표 4표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표는 "그때 단속했는데도 (이탈표 발생을) 못 막은 경험이 있으니까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동안은 제어가 됐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잘 막아왔는데 만약 당 의원들의 생각이 바뀌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 '특검법 뇌관'에 친한 "용산, 안이해선 안돼" 친윤 "통과되면 파멸"
윤 대통령은 전날 한 대표와의 면담 직후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별도로 만났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원내 사령탑인 추 원내대표에게 정국 현안과 관련해 당정 간 단합을 당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검법이 구체적으로 추진된다면 의원들과 힘을 모아 반헌법적 특검법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당내에서는 친한, 친윤(친윤석열)을 막론하고 '김 여사 특검법' 반대 자체에는 아직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친한계는 이번 면담 결과로 반대 명분이 약해졌고 여당 의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굉장히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여론이 나빠지면 여당 의원이 홧김에 그런 (찬성) 투표해서 민주당의 법안이 통과될까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TV조선에 나와 "한 대표나 한 대표 측근에서 마치 이걸(김건희 특검법) 지렛대로 삼아서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압박을 가하는 모습은 보기가 좋지 않다"며 "만에 하나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당정 관계는 파멸로 가는 것이고 한 대표의 리더십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