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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까지 침투한 마약… 군, 5년간 압수 마약 1.8kg 달해

2024-10-12 (토)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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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약 등 마약 사범 89명 입건

▶ 필로폰만 따져도 1만1780회분
▶ 공급책 하사에 징역 5년 선고

최근 5년간 육해공군 군사경찰이 마약사범 총 89명을 입건해 마약류 1.8㎏을 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이 적발한 마약류의 양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역 군인들이 마약 투약은 물론 판매나 공급책으로 활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각 군에서 제출받은 '2020~24년 군 내 마약사범 입건 현황 및 마약 종류별 압수량'을 분석했더니 군은 89명의 입건 장병으로부터 1.8㎏의 마약류를 압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육군은 필로폰 338.99g 케타민 1,387.04g 코카인 44.93g 엑스터시(MDMA) 432정을, 해병대는 필로폰 14.385g 케타민 1.389g을, 국방부 조사본부는 졸피뎀 2개를 압수했다. 필로폰만 따져봐도 1회 투약량이 0.03g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1만1,780회를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마약사범으로 입건된 장병 89명을 군별로 살펴보면 육군(82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병사가 7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부사관 10명, 위관급과 영관급 장교 각 1명이 입건됐다. 해군(병사 2명, 군무원 1명)과 공군(병사 2명, 부사관 1명)은 각각 3명이었고, 국방부 조사본부에서는 영관급 장교 1명을 입건했다. 하지만 군 내 마약사범들 중 실형을 받은 비율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군사법원에 따르면 2022년 7월~올해 6월까지 마약 범죄 재판을 받은 33명 중 실형은 4명(약 12%)에 그쳤다.


군 마약사범에 대한 추징금 상위 10명 가운데 실형은 3명뿐이었다. 이 중 징역 5년에 1억2,500여만 원으로 가장 많은 추징금을 선고받은 강원도 소재 부대 A하사는 올해 1월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마약 판매상으로부터 "준비된 마약류를 수거, 소분, 은닉하면 대가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마약 공급책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하사가 소지·관리한 마약류는 코카인 161g, 필로폰 1,205g 등 총 3억2,658만 원어치에 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단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범행에 가담해 다량의 마약류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유통되는 결과를 초래,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하사에 이어 가장 많은 추징금을 선고받은 B병장은 징역 3년에 2,135만 원을 추징당했다. B병장은 2020년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구매한 뒤 더 비싼 값으로 되팔아 이익을 취하면서, 본인도 21회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했다. 유 의원은 "이제 마약이 보안시설인 군부대까지 깊숙이 침투했다"면서 "군 당국은 장병들의 마약예방 교육과 처벌을 강화해 군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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