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윈의 법칙으로 알려진 반풍자적인 가설이 있다. 온라인에서의 토론이 길어지면 필연적으로 상대방을 히틀러 혹은 나치에 비유하는 인신공격으로 연결된다는 설이다. 전문가들은 고드윈 법칙에 걸려들기를 원치 않는다.
어쨌건 정치인을 파시스트로 몰아세우는 것은 황당하게 들린다. 아무래도 너무 지나치다. 이런 식으로는 새로운 지지자를 얻지 못한다. 방송 해설가나 역사가들이 또 다른 위험한 독재자에 관해 경고하면 사람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치켜뜨거나 아예 귀를 닫아버린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의 경우 히틀러에 비유되고 싶어 안달이 난 듯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몇 주 동안,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그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연방상원의원(오하이오)은 불순한 외국인들의 폭력적 침략에 관한 근거없는 주장을 증폭시키며 거의 한 세기 전나치가 애용했던 ‘피와 땅’ 스타일의 수사를 재활용했다.
지난 주말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트럼프는 “카멀라 해리스에게 던진 표는 4,000만 혹은 5,000만 명의 불법 외국인들이 우리의 국경을 넘어와 당신의 돈과 일자리, 생명을 앗아가도록 허용하는 것을 뜻한다”고 외쳤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이들이 이미 “미국 중서부 지역의 마을과 도시를 공격하고 있다”는 냉랭한 주장을 이어갔다. 앞서 애리조나 집회에서도 트럼프는 “어린 미국인 소녀들이 무지막지한 외국인 범죄자들에 의해 강간과 엽기적 성폭행을 당하고 그들의 손에 목숨까지 잃고 있다”는 억지주장을 전개한 바 있다.
밴스 역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지역 주민들의 애완동물을 잡아먹고 인명을 해친다는 근거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밴스는 CNN에 출연해 “카멀라 해리스 탓에 이 조그마한 커뮤니티의 살인사건이 81%나 급증했다”고 말했다.
공화당원인 오하이오주 클락 카운티 지역검사장 대니얼 드리스콜은 이 지역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트럼프 시절에 오히려 더 높았다며 밴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검사로 활동한 21년 동안 “아이티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피해자나 가해자로 연루된 살인사건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MAGA 음모론의 결과로 끊임없이 폭탄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아이티인들은 자신의 관할지역에서 아직까지 피살된 아이티 주민이 나오지 않았다는 드리스콜 검사장의 진술이 여전히 사실로 남아있다는 점에 안도할지 모른다. 근래의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밴스처럼 지역구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상원의원을 떠올리기 힘들다. 밴스와 트럼프가 현대판 인종학살을 시작하길 원하지 않지만 만약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필자는 그들이 하는 짓이 과거의 사례와 다를 것으로 확신하지 못한다.
밴스에 따르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나 파시즘 우려”에 관한 길들여진 생각만으로도 유혈사태를 조장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이같은 수사가 트럼프를 겨냥한 두 차례의 명백한 암살시도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논리라면 비밀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강간과 살인 혐의로 비난받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밴스는 예상하고 있을까?
밴스의 말대로 언어는 힘을 지닌다. 그리고 무책임하게 내뱉는 말은 정치적 폭력으로 이어진다. 그건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치폭력을 부정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트럼프가 환기시키는 역사적 패턴과 이에 따라 투표를 통해 트럼프를 완파해야 할 필요성을 또렷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고드윈 법칙을 만들어낸 마이크 고드윈조차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히틀러 비유는 적절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권력을 독점하고 싶어하는 트럼프의 ‘독재자 본능’을 열거했다. 그는 정적을 ‘해충’으로 비인간화하고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의 피를 중독시킨다”고 주장하는 등 악명 높은 히틀러의 논점을 그대로 빌려쓴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기고문에서 고드윈은 “우리의 민주적 제도를 보존하길 희망한다면 미국 민주주의가 황혼으로 접어들기 전에 트럼프와 히틀러 사이의 유사점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사실 필자나 고드윈은 트럼프를 20세기의 파시스트에 비유한 첫 번째 주인공이 아니다. 우리에 앞서 지난 2016년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로 낙인찍은 장본인이 바로 밴스다.
트럼프의 파시스트 메아리가 밴스에게 너무 희미하게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요즘들어 전직 대통령은 반유태주의 비유의 볼륨을 높인다. 예를 들어 그는 미국계 유태인들이 ‘적’에게 투표를 한다고 비난했고 카멀라 부통령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를 ‘허접한 유태인’으로 깎아내린 라디오 호스트의 의견에 동의했다. (‘좋은’ 유태인과 ‘나쁜’ 유태인에 관한 논쟁이 유태인에게 좋게 끝난 적은 극히 드물다.)
지난주 히틀러에 호의적인 견해를 표출한 공화당 주지사 후보의 전력이 드러난 직후 트럼프는 나치식 논리로 이 문제에 매듭을 지었다. 그는 이번 11월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유태인의 책임이라고 선제적인 비난을 가했다. 트럼프는 미국내 반유태주의에 맞서기 위해 조직된 모임에 참석해 “이번 선거에서 내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당신들에게 상당한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다지 설득력있는 최종변론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몰리 어빈스의 농담처럼 원래의 독일어로 말한다면 아마도 그럴듯하게 들릴 것이다.
<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