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핵보유국 주장할 것…비핵화 해법 새롭게 설계해야 할 수도”
▶ 임종석 ‘두 국가 수용론’ 맞물려 주목…文측 “현 상황 진단한 것”
(광주=연합뉴스)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동하고 있다. 2024.9.19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나선 데 따라 기존의 평화 담론과 통일 담론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한 데 이어 문 전 대통령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내놓아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2024 한반도 평화 공동사업 추진위원회'가 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이(평화·통일 담론 재검토)는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들"이라며 "그러나 현 정부는 그럴 의지도 역량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미국 대선도 언급하며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미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럴 때 우리가 과거처럼 이른바 '패싱'당하고 소외되지 않으려면 먼저 대화를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은 지난 정부 때와 달리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나설 것"이라며 "우리 입장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관철하려면 한미 간 더 긴밀한 협상전략 공유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비핵화 해법과 평화 프로세스도 새롭게 설계해야 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재임 중 9·19 공동선언을 주도한 문 전 대통령은 "최근 9·19 합의가 폐기됐고 남북 간 오물 풍선과 대북 확성기 방송 같은 비군사적 형태의 충돌이 시작됐다"며 "한 걸음만 삐끗하면 군사 충돌로 번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한과 북한 당국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문 전 대통령 연설에 앞서 같은 행사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다만, 문 전 대통령과 임 전 실장이 이날 행사 발언 내용을 두고 사전 교감하지는 않았다고 문 전 대통령 측은 전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엄중해진 남북 관계 현 상황을 진단하고 정부가 남북 정책을 다시 검토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위였던 서모 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받고 있는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현장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행사장에 입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일에는 전남 목포 현대호텔에서 열리는 '전남평화회의'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