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혼잡도 평소 주말과 비슷…의료진, 응급의료 공백 차단 혼신
▶ “환자 상태 따라 분산 이송중…응급 진료 대체로 차질 없이 진행”
추석에도 바쁜 119구급대원들 (춘천=연합뉴스)
추석 당일인 17일(이하 한국시간) 정오께 경남 창원시 종합병원인 창원한마음병원 응급실 대기실에는 10명가량의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지만, 이들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부산에 산다는 30대 남성 A씨는 "전날 갑작스레 뇌경색 증세로 이 병원 응급실에 이송된 60대 삼촌을 중환자실로 옮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출동한 119 구급대가 부산·경남 일대 병원 응급실 대부분에 문의했으나 진료를 거부당했고, 결국 4시간 정도 이송이 지연됐다"며 "응급실 의료진이 골든 타임을 놓친 것 같다고도 말하는데 걱정이 무척 크다"고 하소연했다.
비슷한 시각 부산시 부산진구 한 2차 병원은 비상등을 켠 구급차를 비롯해 환자를 싣고 병원까지 달려온 자가용과 택시로 북적였다.
이곳에는 추석 연휴 갑작스럽게 아프거나 병색이 짙어진 환자들이 몰리고 있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상급병원에서 응급 처치 후 치료하는 배후 진료가 어려워지자 2차 병원으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가족들을 기다리던 이들은 불안한 마음에 울음을 터뜨리거나 굳은 표정으로 환자들의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처럼 추석 연휴 나흘째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해 각급 병원 응급실 의료진이 응급 처치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상당수 지역에서는 평소 주말과 비슷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이날 대체로 차질 없이 응급진료가 이뤄졌다.
오전 9시께 청주시 흥덕구 석소동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난 6중 추돌 교통사고로 중상자 2명이 이송돼오자 한때 긴박감이 흐르기도 했으나 응급진료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보건당국은 환자 대부분 긴 대기 없이 원활하게 진료받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애초 응급실 과밀화 방지를 위해 환자 상태에 따라 분산 이송을 해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역 상급병원인 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도 평소와 동일하게 정상 진료 중이다.
두 병원에서는 추석 연휴 동안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이 교대 근무를 하면서 별다른 의료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전북지역 주요 병원 응급실에도 환자를 이송하는 119구급대와 응급환자들이 이따금 찾았지만 크게 붐비지는 않았다.
전북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는 전북대병원이나 원광대병원 등에는 전체 병상의 절반 안팎만 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번 연휴에 확인된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없었으며, 진료 차질을 빚는 응급의료기관도 없다.
경기북부지역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은 최고 200점인 혼잡도가 이날은 20점 정도로, 10여 명의 환자가 진료 중이었으며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하지만 119나 사설 등 구급차는 끊임없이 오가며 응급 환자를 날랐고 의료진은 절차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전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건양대병원 응급실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응급 진료가 이뤄졌다.
오후 한때 보호자 대기실 전광판에는 현재 환자 8명이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표시돼 있었고 대기실에는 보호자 1∼2명만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 대부분 별도의 긴 대기 없이 원활하게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도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휠체어에 탄 고령의 환자가 찾아오자 환자 분류소에 있던 두 명의 의료진은 진료 전 서류를 작성하게 한 뒤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해 응급실로 안내했다.
옆에 마련된 대기실에는 7∼8명의 환자 및 보호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급실 출입문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추석 연휴 기간 진료 가능 여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소아응급실과 성인응급실 모두 명절 연휴인 15∼17일 동안 정상 진료가 가능했다.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 접수·수납창구 앞에는 환자와 보호자 등 10여명이 보였다.
앞쪽 작은 모니터에서는 26병상에 현재 환자 수 21명, 환자별 담당 의사 이름 등이 표시됐다.
의료진은 응급의학과 의사 5명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1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표시됐으며, 환자 중 격리진료구역에 있는 환자가 3명이 있었다.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은 이날 오후 2시께 응급 환자 15명이 접수해 혼잡도가 58%로 나타나는 등 평소 주말과 별 차이가 없었다.
서해 최북단 인천 백령도에 있는 인천시의료원 백령병원은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며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 중이었다.
이 병원 소속 의료진은 도서지역 특성상 한정된 인원으로 간신히 당직 일정을 세워 교대 근무에 나섰다.
백령병원은 옹진군 내 유일한 24시간 응급의료기관이자 서해5도 거점 병원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연휴 기간에 하루 평균 15명가량의 환자가 응급실을 찾고 있다"며 "아직 닥터헬기를 이용할 정도의 중증 환자는 없었지만, 긴급 상황에 항상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