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격 조작실서 영상 확인 안돼… “원인 조사 중, 작업 재개 시점 미정”
▶ 장비 설치 실수 이어 또 문제… “신뢰 하락 피할 수 없는 상황” 지적도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원자로에 남은 핵연료 잔해(데브리) 반출을 위해 격납용기 내부에 넣은 장치의 카메라 문제로 작업이 중단됐다고 교도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원자로 안쪽으로 밀어 넣은 낚싯대 형태 반출 장치 끝에 부착된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원격 조작실에서 볼 수 없어 첫 핵연료 추출 작업을 시행하지 못했다.
도쿄전력은 전원을 차단했다가 다시 켜는 등 다양한 조치를 했으나 영상이 복구되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는 방사선량이 매우 높아 (장치를) 원격 조작하기 때문에 카메라 영상이 필요하다"며 "반출 장치에는 카메라 4대가 있으며, 그중 끝에 달린 2대에 이상이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카메라 이상 원인을 조사 중이어서 18일 이후 작업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카메라 고장 문제로 핵연료 잔해 반출 작업이 또다시 미뤄지면 도합 네 번째 연기가 된다.
도쿄전력은 새로 개발한 최장 22m 길이의 신축형 파이프 끝에 부착한 손톱 형태 장치를 이용해 핵연료 잔해를 꺼내려 하고 있다.
신축형 파이프가 핵연료 잔해에 도달하는 데 일주일가량, 반출 완료까지는 총 2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도쿄전력은 지난달 22일 후쿠시마 원전 핵연료 잔해 반출 작업을 시작했으나, 장비 배치 순서가 잘못된 사실을 확인해 중단한 바 있다.
이어 이달 10일 작업을 재개해 반출 장치가 처음으로 격납용기 격리 밸브를 통과했고, 지난 14일부터 기구를 핵연료 잔해 쪽으로 낚싯줄처럼 늘어뜨렸다.
교도통신은 반출 작업이 거듭 중단된 데 대해 "원전 폐기를 위한 중요한 공정이지만 문제가 연이어 발생해 도쿄전력의 신뢰가 더 하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원전 폐기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여겨지는 핵연료 잔해 반출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 작업은 당초 2021년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장비 문제 등으로 이미 세 차례 연기돼 3년가량 늦춰졌다.
이번에 채취하는 핵연료 잔해는 3g 미만에 불과하다. 많은 양의 핵연료 잔해를 반출하면 작업자가 피폭될 우려가 있다.
도쿄전력은 반출한 핵연료 잔해를 후쿠시마현 남쪽 이바라키현 소재 시설로 옮겨 성분과 경도 등을 분석한 뒤 이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반출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는 880t가량의 핵연료 잔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잔해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온도가 높아진 핵연료가 녹아서 떨어지는 노심용융(멜트다운) 사고로 발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