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새 3명 스스로 목숨 끊어
▶ 101세 노인까지 연령대 다양
▶ 이민 스트레스 등 원인 꼽혀
▶ 우울·불안 증세땐 상담 필수
최근 한달새 LA 카운티에서 3명의 한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올해 총 1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LA 카운티 검시국에 따르면 지난 10일 올해 101세 여성 신모씨가 자신의 주택에서 질식 및 익사로 사망했는데, 검시결과 자살로 판명됐다. 이에 앞서 지난 8월31일 올해 55세 여성 엄모씨가 자신의 주택에서 목 매달아 사망했다.
지난달 2일에는 41세 남성 김모씨가 자신의 주택에서 ‘날카로운 도구에 의한 상해’로 목숨을 잃었다. 역시 자살이었다.
이들 3명 외에도 LA카운티에서 13명의 한인 자살이 보고됐다. 지난 6월 72세 남성 김모씨가 자택 드라이브웨이에서 가슴에 입은 총상으로 숨졌다.
지난 5월에도 올들어 56세 남성 이모씨와 85세 남성 이모씨가 자택에서 목을 맸으며, 87세 남성 오모씨는 자택에서 머리에 총을 쏴 사망했다. 3월에는 65세 남성 장모씨가 주차장에서 ‘둔기에 의한 외상’으로 사망했는데, 장씨는 우울증 경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월에는 LA 한인타운 7가와 옥스포드 애비뉴 인근 아파트에서 58세 한인 아들이 85세 노모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달 54세 김모씨가 사업장에서 자신의 머리에 스스로 총을 쏴 숨졌으며, 49세 김모씨는 몬로비아의 한 철로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2023년 한해 동안에도 LA 카운티 지역에서 한달에 2명 꼴인 22명의 한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나 한인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2022년 29명, 2021년 24명에 비해서는 줄어든 숫자지만, 한인 자살율이 높다는 점에서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인들의 고립감, 자살충동, 자살률 등은 인종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비상사태는 종료됐지만 그 여파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이민생활의 스트레스와 박탈감, 배우자 혹은 자녀와의 불화 등 다양한 이유로 자살이 미주 한인들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신건강 관련 공공 서비스 이용이나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경우는 적은 편으로, 정보 부족과 정신건강 문제를 일종의 낙인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문화적 영향, 정부기관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미국의사협회저널인 JAMA에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자살관련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던 앤서니 부이 워싱턴대 교수는 “아시안의 경우 언어 지원이 부족하고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또한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젊은 세대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우울증과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아시안 증오가 늘어나며 총기를 소지하는 아시안 가정이 늘어났는데, 이는 자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LA 카운티 정신건강국의 최영화 한인 프로모터는 “우울증, 불안증, 자살충동이 조금이라도 느껴질 경우 전문기관에 연락해 상담을 받으면 90% 이상이 자살 시도나 생각을 멈추게 된다는 통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LA 카운티 정신건강국 핫라인(800-854-7771, 한국어 6번), 코리아타운 정신건강센터(213-948-2980), 한인가정상담소(213-389-6755), 이웃케어클리닉(213-235-1210), 한인타운청소년회관(213-365-7400), 전국 자살방지 및 정신건강 핫라인(988) 등으로 연락하면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가 가능하다.
카운티 정신건강국은 한국어 워크숍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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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