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 2사단 해안경계지역 가보니
▶ 수도서울 서측방 지키는 ‘수도방위’ 부대
▶ 같은 길이 휴전선 육군 4개 사단이 지켜
▶ 중립수역(81㎞) 전체도 경계 작전 수행
▶ 매일 반복적 훈련하며 24시간 대비 태세
해병대 2사단 예하 제2상륙돌격장갑차대대 해병대원들이 해안 경계 작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해병대 2사단]
“신원 불상 인원 2명 식별! 전원 전투배치!”
8월8일 새벽 시간 한강 하구 남북 중립수역인 인천 강화군 교동도 해안을 담당하는 해병대 2사단 예하 5여단 알파대대 상황실. 동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에 대대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해병대원이 북측 해안에서 헤엄쳐 내려오는 북한 주민 2명을 열상감시장비(TOD)로 감지한 상황이 소속 중대들에 곧바로 전파됐다. 훈련이 아니라 최근 북한 주민이 한강 하구 남북 중립수역을 넘어 남쪽으로 귀순했던 실제 상황이다. 비상 명령이 떨어지자 내무실에서 잠들어 있던 알파대대 소속 모든 중대의 400여 명 해병대원 전원은 즉각 일어나 실탄을 장전한 K2 소총과 수류탄 등을 챙겨 단독 무장 상태로 뛰어나가 15분 만에 담당 구역 해안 초소에 모두 위치했다. 수시간에 걸친‘귀순자 구출 작전’을 통해 교동도 담당 중대는 북한 주민 1명을 우리 측 해안으로 안전하게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귀순을 시도하던 2명의 북한 주민 가운데 1명은 행방불명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한강 하구 남북 중립수역인 북측 해안 출발 지점부터 북한 주민을 계속 감시하며 귀순을 유도했던 성공적인 작전이라고 치켜세운 귀순자 구출 작전에 참여한 A중대를 해병대 2사단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공개했다. A중대는 24㎞에 달하는 해안 경계를 70여 명이 담당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비상 명령이 떨어져도 중대 진지에서 경계 초소까지 전투배치를 마치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도록 해병대 2사단 예하 5여단 알파대대 해병대원들은 매일 수차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4시간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도 물론이다. 게다가 비상 상황을 대비한 반복 훈련과 함께 매일 두 차례, 일몰 전(주간 작전 결산과 야간 작전 전환)과 일출 전(야간 작전 결산과 주간 작전 전환)에 중대 전체 병력이 해안 정찰에 투입된다.
강화도 최전방 해안 경계를 책임지는 알파대대의 김동후 중대장(대위)은 “24시간 빈틈없이 경계 작전에 몰두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매 순간 국민과 가족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다양한 적 도발 위협에도 수도 서울 서측 최전방 절대 사수를 위해 주어진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강화도 교산리에 위치한 제22해병포병대대 소속 B중대 진지를 찾았다. 제2해병포병여단 예하 3개 대대 가운데 제22해병포병대대만 ‘K9 자주포’로 전력화된 부대다. 다른 대대는 ‘K-55A1’이 배치됐다. K9 자주포는 최대 사거리가 40㎞에 달하며 강력한 화력 지원으로 황해도에 주둔한 북한군 3개 사단이 가장 경계하는 무기다.
해안 경계 작전을 펼치고 있는 해병대 2사단 해병대원들. [사진=해병대 2사단]
특히 B중대는 다른 중대와 달리 김포 지역이 아닌 강화군에 주둔하며 강화도 방어를 위해 유일하게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포병중대다.
B중대는 이날도 화력 대비 태세 훈련으로 분주했다. 사격지휘소에서 비상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중대 진지에서 대기하던 해병대원들은 K9 자주포가 있는 포상(포를 배치한 진지)으로 빠르게 뛰어나가 공격 지점을 향해 포 방열(사격 준비)을 신속히 완료했다. 비상이 걸리자 전투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모든 절차를 5분 내에 끝냈다. 발사 명령만 떨어지면 5분 만에 적의 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 것이다.
8일 북한 주민이 북측 해안에서 귀순하려는 상황이 B중대에도 함께 전파돼 해안 경계 부대와 똑같이 비상이 걸렸다. 북한 주민의 귀순 과정에서 황해도에 위치한 북한군 화력부대의 특이 동향이 포착될 경우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해병대 2사단 예하 포병부대는 매일 두 차례씩 훈련(주특기 숙달)을 실시하며 24시간 화력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제22해병포병대대 양준형 중대장(대위)은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목숨 바쳐온 선배 해병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어떤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화력 지원을 할 수 있는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적 도발 시에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찾은 알파대대 관측소는 해병대 2사단의 최북단 관측소다. 3㎞ 전방 북한의 예성강 하구가 육안으로도 선명하게 보였다.
관측소에 근무하는 소대장의 설명을 통해 실제로 8일 귀순한 북한 주민의 탈출 경로가 얼마나 가까운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대장은 5㎞ 내의 북한 지역 상황에 대한 정밀 감시가 가능해 “진지에서 나와 담배를 피우는 북한군도 지켜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고화상·고배율 스코프(망원경)와 최신 열상감시장비가 배치된 덕분이다.
관측소에 도착했을 때 들려오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최북단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국군심리전단이 운영하는 ‘자유의 소리’ 방송의 여자 아나운서가 전하는 북한의 실상과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처럼 북한 땅으로 울려 퍼지는 K팝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우리 군이 매일 16시간(오전 6시~오후 10시) 가동한다. 고출력 스피커를 쌓은 형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기상 상태에 따라 최대 20㎞ 떨어진 곳에서도 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교동도 지역의 북한 주민 귀순은 2017년에 탈북했던 김 모 씨 이후 7년여 만이다. 교동도 일대는 ‘수영을 하거나 걸어서 넘어오는 귀순 단골’ 경로다. 교동도가 북한과 직선거리로 불과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이어서 그렇다. 강화군의 최북단으로, 바다를 건너면 바로 북한 지역인 ‘황해남도 연백군’이다. 이 지역에는 북한군 3개 사단이 배치돼 있다. 반면 마주 보고 있는 남측 해안 경계는 해병대 2사단 5여단이 홀로 맡고 있다.
해병대는 절도 있는 팔각모와 빨간 명찰을 달고 상륙작전을 담당하는 최정예 국가전략기동부대로 분류된다. 그러나 해병대 2사단은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수도 서울특별시의 서측 최전방을 지키는 수도방위부대다. 사단의 신조 중 하나가 ‘수도 서울 서측방 절대 사수’일 정도다. 별칭은 ‘청룡부대’다.
해안 초소에서 경계 근무를 하고 있는 해병대 2사단 해병대원들. [사진=해병대 2사단]
해병대 2사단은 예하에 3개 보병여단이 있다. 제1해병여단, 제5해병여단, 제8해병여단이다. 1개의 포병여단도 포진해 있다. 제2해병포병여단이다. 직할부대로 10개 대대가 있다.
해병대 2사단은 김포와 강화도, 교동도, 수도권 서측 가장 끝에 위치한 외딴섬 말도에 이르기까지 북한과 마주 보는 해안에 모든 병력을 배치해 한강 하구 남북 중립수역 전체에 대한 경계 작전을 수행한다. 사단 병력은 김포와 강화 지역에 주둔하며 255㎞에 달하는 해안 경계를 담당한다. 이는 휴전선(250㎞)보다 길다. 휴전선은 육군 10여 개 사단이 동원돼 지키고 있다.
한강 하구 남북 중립수역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에서 인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까지 약 81㎞ 구간이다. 북한 개성시 판문군 임한리부터 황해남도 해남리와 마주하고 있다. 중립수역은 남한과 북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한강에 설정한 별도의 군사분계선(MDL)이 없는 완충 구역이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할한다.
특히 인천 강화군 교동도 지역은 썰물 때는 걸어다닐 수 있는 수준으로 수위가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탈북 단골’ 루트로 꼽혔다. 폭은 가장 넓은 곳이 10㎞, 가장 좁은 곳이 900m 정도에 불과하다. 교동도는 해안선 길이가 37.5㎞로 같은 길이의 휴전선은 통상 육군 1.5개 사단이 지키는데 교동도는 해병대원 100여 명이 경계 작전을 펼치고 있다.
한강 하구 남북 중립수역 주변을 단속하는 부대도 있다. 민정경찰대다. 해병대 제2수색대대를 주축으로 해양경찰,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참여하는 합동 부대다. 2016년에 조직돼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 퇴거 작전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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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