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덕담

2024-09-16 (월) 임형빈 / 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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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침을 주는 글 중용(中庸) 이란 단어가 있다. 덜 익은 과일을 꺼내면 먹을 것이 남지 않고 미운 사람을 다 걸러내면 쓸 사람이 남아 있지 않는다. 욕을 많이 하다 보면 욕에 둔감해지고 매를 많이 휘두르다 보면 상대방의 아픔에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소중한 나의 것이 남에게 하찮을 수도 있고 소중한 남의 것이 나에겐 하찮을 수도 있다. 남을 비판하는 자가 제 비판은 받을 줄을 모른다. 타인을 잴 때는 성인군자의 도덕적 잣대를 쓰고 자신을 잴 때는 흉악범의 잣대로 쓰면서 비난과 비판을 합리화하고는 한다. 매사에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사는 것이 삶에 중용지도이다.

그래서 선조들이 과욕불급(過慾不及)을 그렇게 강조하셨나 보다. 중용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황희정승이다. 안방에 들어가면 아내 말이 맞다하고, 마당에 가면 머슴 말이 맞다하고, 부엌에 가면 게집 종의 말이 맞다하고, 사랑에선 아들 말이 맞다하면서 누구하고도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중용을 쓰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삶의 지혜가 될 수도 있고 줏대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용이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삶의 중용지도를 지혜롭게 잘 지키며 사는 일 평생의 삶의 숙제인 것 같다. 따라서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말고 가졌다고 다 자랑하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말자고 하는 것이다.

참된 인생의 삶이 되려면 오른손 부끄럽게 하지 말고, 가는 발길 욕되게 하지 말라. 모른다고 해서 기죽지 말고, 안다고 해서 거만 떨지 말라. 자랑거리 없다 하여 주눅 들지 말고, 자랑거리 있다 하여 가벼이 들추지 말라. 좋다고 해서 금방 달려들지 말고, 싫다고 해서 금방 달아나지 말라.

멀리 있다 해서 잊어버리지 말고, 가까이 있다 해서 소홀하지 말라. 부자는 빈자를 얕잡아 보지 말고 빈자는 부자를 아니꼽게 생각하지 말라. 은혜를 받았거든 작게라도 보답을 하라. 타인의 허물은 덮어서 다독거리고 내 허물은 들춰서 다듬고 고쳐라. 사소한 일로 원수 만들지 말고, 이미 맺었거든 맺은 자가 먼저 풀라.

공적인 일에서 나를 생각하지 말고 사적인 일에서는 감투를 생각하지 말라.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말고 세상을 헛되게 살았음을 한탄하라. 죽어서 천당 갈 생각 하지 말고 원한 사지 말고 죄짓지 말라. 타인의 인생을 쫓아 헐덕이며 살지 말고 내 인생 분수지켜 여유 있게 살라. 보내는 사람에게 야박하게 하지 말고 떠나는 사람에게 뒤끝을 흐리게 하지 말라. 좋은글 중에서?

<임형빈 / 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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