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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소비 10배 폭증… 노후송전선 10만마일 다시 깐다

2024-09-03 (화) 서울경제=김흥록·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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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망 대수술 나선 미국

▶ FERC, 송전계획 연방 주도
▶송전망 병목현상·비효율성
▶바이든은 원자력발전법 서명
▶허가절차 간소화·세부담 낮춰

“미국 전력망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윌리 필립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의장은 5월 송전망의 병목현상과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FERC는 앞으로 주정부 단위로 이뤄지던 송전 계획을 연방정부 주도로 바꿔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향후 5년 내에 미국의 노후된 10만마일의 송전망을 교체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FERC가 전력망 강화에 나선 것은 인공지능(AI) 확대와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급증, 화석연료에서의 전환 등으로 국가 전력 시스템이 환골탈태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구글 검색을 이용할 경우 사용되는 전력은 0.3Wh다. 반면 챗GPT를 이용하면 전력 사용량은 2.9Wh로 약 10배 늘어난다. 뉴스테이트리서치의 연구에 따르면 구글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의 전력 이용량은 8.9Wh로 기존 검색의 30배, 챗GPT의 3배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은 “새로운 AI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4 전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와 가상자산·AI 관련 전력 소비량은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에서 2026년 최대 105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일본의 1년간 전력 소비량에 달하는 수치이다. IEA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연평균 전력 소비량이 7.3TWh에 달했다”며 “내년에는 AI 산업의 수요 증대로 인해 최소 73TWh의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고된 전력 대란을 피하고 전기차와 AI 등 신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의 전력 정책 개편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미국 정부와 산하기관들은 ▲공급 확대를 위한 발전원 확보 ▲생산한 전기를 수요처에 보내는 송배전 인프라 확대 ▲기존 시스템 효율화라는 세 가지 범주에서 동시다발적인 정책 개편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7월 초 ‘원자력발전법(ADVANCE Act)’에 서명하면서 그동안 거리를 두던 원자력을 새로운 발전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마련한 원자력발전법은 원자력발전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금 등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내년 전 세계 원자력발전 비중은 사상 최대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원자력발전량은 평균 3%씩 증가해 ‘전 세계 에너지믹스’의 기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37GW 용량의 원자로가 가동됐고 원자로 수명도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연장했다. 인도는 2032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릴 계획이며 일본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후유증을 이겨내고 원자로 재가동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는 상황이다.

미국 발전 업계는 조 바이든 정부가 소형모듈원전(SMR) 외에 대형 원전에도 의지를 보이는 점을 큰 변화로 보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의 문턱을 높였다. 지난해 5월 가동한 조지아주의 보글3호가 약 30년 만에 신규 가동된 유일한 대형 원전이다. 원자력에너지기구(NEI)의 총괄이사 마커스 니콜은 “원자력 에너지의 토대가 형성된 1950~1960년대 이후 원전이 가장 큰 지지를 받는 것 같다”며 “새로운 시대의 새벽이 밝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김흥록·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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