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맞잡은 프랑스-세르비아 정상[로이터]
발칸반도의 세르비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맞춰 프랑스 라팔 전투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AP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전날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30억유로(약4조4천억원) 규모의 라팔 전투기 12대 구매 계약을 발표했다.
세르비아는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라팔 전투기를 도입해 옛 소련제 미그(MIG)-29 전투기를 대체할 계획이다.
부치치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라팔 클럽'의 일원이 돼 기쁘다"며 "세르비아군의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역사적이고 중요한 계약"이라며 "세르비아가 전략적 용기를 보여줬다"고 화답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은 강하고 민주적인 세르비아가 필요하고, 세르비아는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강하고 주권적인 유럽이 필요하다"며 "세르비아의 자리는 EU에 있고 모든 지역의 모범이 되기 위해 세르비아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며 친러시아, 친중국 노선을 걸어왔던 세르비아로선 이례적인 선택이다. 이를 두고 세르비아가 EU 가입을 추진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르비아는 2009년 EU 가입 신청서를 제출해 2012년 후보국 지위를 얻었으나 코소보와 관계, 국내 민주주의·법치주의 정립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부치치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세르비아와 이웃한 발칸반도의 라이벌 크로아티아가 2년 전 라팔 중고 전투기 12대를 구매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AP 통신은 크로아티아가 국방력을 증강한 이후 세르비아가 2년 넘게 신형 라팔 전투기 구매를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르비아의 라팔 전투기 구매 계약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르비아가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인 만큼 프랑스의 핵심 군사 기술이 세르비아를 통해 러시아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르비아가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코소보를 위협하는 데 라팔 전투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다른 방위 협정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보장이 포함됐다"고만 답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세르비아는 역사상 처음으로 서방 전투기를 보유하게 됐다"며 "세르비아를 파트너로 삼고 싶으면서도 의혹을 제기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