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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후 ‘난치성 통증’, 만성 통증 안 되려면…

2024-08-28 (수)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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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손상되거나 염증이 생기면 이를 알리기 위해 통증이라는 경고 신호가 나타난다. 급성 형태로 나타나는 통증은 원인 병소가 치유되면 자연히 줄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원인 병소가 호전돼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만성 통증’이라고 한다. 만성 통증은 조직 손상 등으로 통증 유발 물질이나 신경전달물질이 과다 생성돼 통증이 심해지면 감작(신경이 예민하게 변함)에 의해 과잉 흥분되거나 통증 억제 이상이 생기면서 나타난다. 난치성 통증은 치료하기 어려운 만성 통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암성 통증’처럼 1차적 원인 자체가 치료되기 어려울 때를 제외한 다른 질환에서 1차적 원인이 뚜렷하지 않거나 구조적 원인이 아니거나, 1차적 원인이 치유됐지만 2차적으로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것 등을 말한다.

■원인 질환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통증돼

난치성 통증 원인 질환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대상포진 후 신경통, 섬유근육통, 삼차신경통, 환상통(신체 일부가 절단됐거나 원래부터 없는 데도 그 부위와 관련해 느끼는 통증), 척추수술후증후군, 암성 통증 등 다양하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주로 외상이나 수술 후 발생하는 만성 통증이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부종, 피부색 변화, 체온 변화, 땀 분비 변화, 이영양성(dystrophy) 변화, 운동 기능 저하, 관절 가동 범위 감소, 혈류 변화 등이 생긴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 통증이 호전되지 않고 지속되는 걸 말한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발현해 나타나는데 피부·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삼차신경통은 5번째 뇌신경인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에서 생기는 통증성 질환이다. 삼차신경통이 생기면 얼굴을 칼로 찔리는 듯하거나 감전된 것처럼 발작적 통증을 겪는다. 섬유근육통은 아주 피곤한 데다 전신 근육·관절에 통증이 생기고, 욱신거리고, 뻣뻣해진다. 또한 우울증, 불안 장애, 섭식 장애도 나타나기도 한다.

근근막통증증후군은 “담이 들었다” “근육이 뭉쳤다” 등으로 표현되는 흔한 질환이다. 과도한 근육 사용이나 바르지 못한 자세, 스트레스 등으로 근육에 통증 유발점(Trigger point)이 생기면서 아프게 된다.

장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난치성 통증 환자는 여러 진통제를 복용하고 불면·불안·우울증 같은 신경정신과 질환을 동반하므로 삶의 질이 지극히 좋지 않게 된다”고 했다.

■약물 치료 반응 없거나 부작용 많으면 시술·수술 고려

난치성 통증은 적절히 치료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다만 첫 통증이 일으키는 질환이 다양하고 치료법이 다르기에 급성 통증이 만성으로 변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다리를 접질러 통증이 생기면 어떤 이는 괜찮아질 것으로 여겨 참으면서 지켜본다. 다른 이는 냉찜질도 하고 소염진통제를 먹거나 스플린트(splint)나 압박대 같은 관절 움직임을 제한하는 치료를 받는다. 이때 전자의 경우 운이 좋으면 자연 치유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만성 통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아쉽게도 난치성 통증 원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유는 급성 통증이 만성화하는 과정에서 척추신경과 뇌를 포함하는 중추신경계에 많은 기능적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난치성 통증을 진단을 위해서는 먼저 통증이 최초로 나타났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어떻게 다쳤는지, 혹은 어떤 질환을 겪었는지 알아본다. 물론 외상이나 어떤 특정 질환을 어떻게 치료받았는지도 중요하다.

과거의 통증 원인과 현재의 증상이 파악된 뒤에는 근육 강도, 감각 이상, 심부건 반사 등 이학적 검사(physical examination)에 따라 진단한다. 이후 필요에 따라 근전도나 신경전도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나 자기공명영상(MRI), 적외선 체열 검사 같은 영상 진단이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통증 원인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신경에 주사하는 신경차단술(nerve bloc)을 시행한다.

장일 교수는 “난치성 통증은 수술적 치료에 앞서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고농도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심해 치료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면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며 “최소한 6개월 이상 약물 치료와 신경차단술 등 통증 치료에도 효과가 없고 통증 점수가 7점 이상인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다차원적 치료 접근 필요…감정 영역과도 밀접

난치성 통증을 치료하는 시술·수술은 신경차단술, 고주파신경중재술, 척수신경자극기삽입술, 뇌심부자극술(DBS) 등이 있다.

신경차단술은 통증 주사로 신경 기능을 단기간 마비시키는 시술이다. 고주파신경중재술은 척추신경에서 뻗어 나오는 말초신경 초입부에 고주파 열에너지로 통증이 생기는 신경을 마비시켜 신경차단술과 비슷한 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이들 치료 효과는 1주일에서 몇 달 정도에 불과하다.

척수신경자극기삽입술과 뇌심부자극술은 최근 들어 통증의 수술적 치료를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다. 통증을 전달하는 척수의 특정 영역이나 통증을 인지하는 뇌 특정 영역에 미세한 자극기를 삽입한 뒤 전기로 자극해 통증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뇌경색 후 신경통증, 팔이나 다리 절단 후 나타나는 환상통, 척추수술 후 통증증후군, 큰 사고로 인해 척추신경 손상 후 나타나는 통증 등 다양한 난치성 통증이 50% 이상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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