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붙은 대선 레이스…해리스·트럼프 정책 비교
▶ [한반도] 힘에 의한 대북억제 vs 리스크 관리
▶[이민] 국경안보법 재추진 vs 이민규제 총공세
▶[안보] 국가간 다자협력 중심 vs 미국 우선주의
▶[경제] 보조금 등 투자 유도 vs 보편관세 부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다. [로이터]
지난 달 15일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 설치된 무대 스크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얼굴이 떠 있다. [로이터]
오는 11월 5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정·부통령 후보를 확정함으로써 70여일간 건곤일척의 레이스에 본격 진입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최근 발표한 새 정강과, 양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연설에서 드러난 두 후보의 정책을 한반도 문제, 사회 현안, 외교·국방, 경제·무역 등 이슈별로 비교·분석한다.
■한반도 문제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 한반도 정책은 한미동맹, 대북기조 등에 걸쳐 선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우선 대북정책 면에서 양 진영 공히 북한 비핵화를 ‘현안’ 목록에서 사실상 지운 가운데 북핵 위협을 대하는 방법론에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한 대북 억제(해리스)와 과감한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위험 관리(트럼프)로 엇갈린다.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은 집권 시 대북 억지력 유지 및 강화에 ‘올인(다걸기)’할 것임을 예고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북한에서 모든 결정권을 가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통한 관계 개선으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겠다는 기조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은 지난 4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좀 더 엿볼 수 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원한다”고 밝힌 뒤 주한미군이 “위태로운 위치”에 있다면서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백악관 복귀 시, 현재 공동 부담 중인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이 감당하도록 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기도 했다.
■이민·낙태·환경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대립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은 낙태와 이민 등 사회 분야에서다. 미국인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정책들이다 보니 양 진영 모두에서 공격적으로 이를 메시지의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데다가 상당수 문제가 사실상 이번 대선의 판세를 가를 경합주와 얽혀 있는 만큼 대립각이 한층 뚜렷하다.
2016년 대선 당시에도 이민자들에 대한 ‘막말’ 공격과 트레이드 마크였던 ‘국경 장벽’ 공약으로 열광적 인기를 끌어모은 트럼프는 자신이 백악관에 들어서자마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이 일어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은 근본적인 이민 제도 개혁만이 문제를 유일한 해법이라는 방침 아래, 국경 통제 강화와 국경 방위 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국경안보법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선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이슈 가운데 하나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 대법원이 폐기한 낙태권 문제다.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 본인 역시 후보가 되기 이전 시절부터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목소리를 내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 수호의 투사로 나서 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주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 정도만을 확인하며 민주당 공세의 예봉을 피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전국 단위의 낙태 금지법에는 서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낙태약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외교·안보·국방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내년 1월부터 총사령관으로 이른바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을 이끌게 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로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외 정책 기조를 갖고 있다.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보는 글로벌 정세 판단이나 군사력 증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대동소이하지만,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인 동맹과 관계에 있어서 정반대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문제 대응을 위해 ‘소 다자 동맹 네트워크’를 다층적으로 구축한 바이든 정부를 계승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힘을 통한 평화’ 공약을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 관계에서도 미국 국익 우선 및 동맹의 책임 분담을 부각하고 있다.
나아가 여성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이 대외 문제에서도 인권 등 진보적 가치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빅딜 담판’ 경험을 가진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안 해결 측면에서도 독재 국가의 수장인 이른바 ‘스트롱맨’과의 개인적 친분에 더 집착하는 것도 대외 정책 기조 측면에서 큰 차이점이다.
이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으로 불안정성이 커진 글로벌 정세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무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무역 정책은 미국 제조업 복원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그 방법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미 투자를 유인하고 동맹과 협력해 핵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하는 데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와 같은 강압적인 수단으로 다른 나라와의 경제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정책은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등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산업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핵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훨씬 더 노골적이고 거친 방식을 선호한다. 그는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똑같이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상호 무역법’을 제정하겠다고 했으며 심지어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유권자의 최대 우려인 물가에 대한 접근에도 두 후보 간 차이가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기업이 소비자에 ‘바가지’를 씌워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겠다면서 규제 당국의 기업 조사·처벌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가 상승 주요 원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확대라고 주장하며 미국에 풍부한 석유와 가스 자원을 더 발굴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소득세율을 낮추고 대기업 법인세율을 21%로 인하했는데 그는 이 감세를 영구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민주당은 연 소득 40만달러 미만 가정은 세금 부담을 줄이되 억만장자들의 소득세율을 최저 2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