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美 기술 사용…체코에 이전할 권리 없어”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원전기업이 한국 기업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훼방을 놓기 위해 체코 정부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시간) 체코전력공사(CEZ)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appeal)을 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입찰에 참가하는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려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APR1000과 APR1400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웨스팅하우스의 허락 없이 그 기술을 제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웨스팅하우스만 자사 기술을 수출하는 데 필요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구할 법적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자사의 AP1000 원자로를 갖고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했지만 탈락했고, 체코 정부는 지난달 17일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AP1000 원자로 대신 APR1000 원자로를 도입하면 미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체코와 미국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천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를 한국에 수출하게 되며 그 일자리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일자리 1만5천개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웨스팅하우스는 진행 중인 국제 중재와 미국 내 소송을 통해 계속해서 자사 지식재산권을 격렬하게 보호하고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재 결정이 2025년 하반기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체코 등에 수출하려는 원전 기술이 자사 기술이라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주장하며 2022년 10월 미국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동시에 한국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데에는 한수원을 최대한 압박해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수원이 내년 3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을 맺으려면 미국 정부에 체코 원전 수출을 신고하는 게 바람직한데 그러려면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가 원전 수출 신고의 주최는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수원의 수출 신고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황주호 사장이 이달 초 미국에서 웨스팅하우스 경영진과 직접 만나 지재권 분쟁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분쟁을 대화로 풀어가려고 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이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도록 두면 펜실베이니아의 일자리를 뺏긴다고 주장한 점도 주목된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로 꼽히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곳의 일자리 문제에 예민하다.
웨스팅하우스의 본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지만 회사는 2017년 경영 악화로 파산한 이후 매각돼 현재 캐나다의 사모펀드인 브룩필드 리뉴어블 파트너스와 캐나다의 우라늄 기업 카메코가 각각 51%, 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