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측)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사진제공]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기 세금 감면 등 여러 공약을 내세웠으나 그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는 것을 두고 전략적으로 의도된 바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리스와 트럼프 두 후보 모두 주요 정책과 관련해서는 큰 그림만을 제시하고 세부 내용은 제시하지 않는 식으로 모호함을 남기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경제공약으로 중산층 및 저소득층 1억명 이상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중산층 감세'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녀 세액공제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위한 세제 혜택도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감세 혜택을 줄지, 그에 따른 세수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 등 상세한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으며, 이는 과거 다른 대선 후보들과 비교해도 덜 자세하다고 WSJ은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 역시 세부 내용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사회보장연금에 부과되는 세금 폐지를 제안했지만 1조6천억달러로 추산되는 이행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 등 구체적 내용은 말하지 않고 있다.
후보들의 이런 행보는 이번 대선이 정책 선거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WSJ는 짚었다.
양당 선거 캠프는 세부 정책공약 자체에 승부를 걸기보다는 각 후보가 어떤 인물이고, 왜 그가 약속한 바를 완수해 낼 신뢰성이 있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한 요소로 본다는 것이다.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여론조사 전문가로 있었던 존 앤절로네는 "해리스의 메시지는 '자신은 국민을 위하고 트럼프는 자기 자신과 부유층만 위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커다란 대비보다 중요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최근 대선 결과도 후보들이 세부 공약보다는 보다 큰 메시지에 집중하는 이유다.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A부터 Z까지'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한 정책공약을 쏟아냈지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크고 명확하며 포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초당적 뉴스레터인 인사이드일렉션을 발행하는 네이선 곤잘레스는 "2016년에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는 모호했기 때문에 효과가 있었다"며 "유권자들은 거기에 원하는 무엇이든 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곤잘레스는 "믿음과 확신은 세부사항보다 중요하다"면서 선거에 나선 후보가 세부적인 정책 공약이 없어서 패배한 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의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은 상대방 후보에게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고물가 대책으로 식료품값 폭리 근절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옛 소련 방식의 가격 통제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캠프 참모들은 해당 공약이 수십 개 주에서 시행되는 식료품 바가지 가격(price gouging) 방지법을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면 트럼프 측에 더 많은 공격거리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