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다로운 보상 기준에 포기 속출
▶ 180건 배상 그쳐, 청구 건수의 33%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한 피해 배상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현지 수산업자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지난해 8월 24일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거의 1년이 지나도록, 일본 수산업자들은 그에 따른 피해를 아직도 메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이 지난달 말까지 지출한 오염수 방류 관련 손해배상금은 총 320억 엔(약 2,941억4,700만 원)이다. 건수로는 약 180건이다.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낸 뒤 1년간 도쿄전력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가 550건이었음을 감안하면, 33% 사안에 대해서만 배상이 이뤄진 셈이다. 작년 10월부터 오염수 방류 손해배상 작업을 시작했지만, 피해 업체 10곳 중 6곳 이상은 여전히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처럼 배상이 더딘 것은 수산업자에게 피해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 이후에 ‘수산물 가격 하락’과 ‘매출액 감소’가 있었음을 업자 측이 직접 증명해야 하는데, 영세업자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수산업 관련 단체 차원에서 대응하면 좀 더 유리할 수 있으나, 도쿄전력은 ‘각 업체의 개별 청구만 인정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특정 수산물 소매가 변화가 없거나, 소비자 불매운동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에는 ‘오염수 방류 피해로 볼 수 없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홋카이도 몬베쓰시의 한 가리비 가공업체는 마이니치에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때문에 당초 수출하려 했던 냉동 가리비를 국내(일본)에서 팔아야 하는데, 슈퍼마켓 소매가가 떨어지지 않아 배상을 못 받았다”고 토로했다. 수산업체 상대 법률 지원 활동을 하는 가토 소이치로 변호사는 “국내 판매용 상품의 가격 하락과 오염수 방류 간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배상 인정 사례는 소수”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수산업자는 도쿄전력의 ‘높은 기준’을 맞추기 힘들다며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접고 있다. 미야기현의 한 수산가공업체 경리 담당자는 마이니치에 “솔직히 배상받지 못할 것 같아서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오염수 방류 이후인 지난해 8, 9월 매출액이 직전 연도 동기 대비 1,300만 엔(약 1억1,900만 원)이나 줄어들자 도쿄전력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방류로 인한 매출액 감소로 볼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하마다 다케시 홋카이학원대 교수는 “도쿄전력의 까다로운 대응 탓에 자금 여유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배상 책임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보상이 진행되지 않는 한, 각 지역 수산업이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