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3일 대만을 방문한 미국과 일본 국회의원 대표단을 잇달아 만나 전체주의의 팽창에 맞서 민주 진영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여겨진다.

타이완국제방송((RTI)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미국 민주당 소속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의원이 이끄는 미국 하원 대표단을 접견,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과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집권주의(전체주의와 권위주의를 의미)가 확장되는데 맞서 대만은 자위 능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대만을 겨냥해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여온 중국에 맞서 대만과 미국 간 국방분야 등 각 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과 함께 민주주의라는 우산을 함께 들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피력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不卑不亢)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표현은 라이 총통이 지난 5월 취임사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거론하면서 한 발언이다.

그는 미국 의원들에게 "우리는 앞으로도 국방개혁을 지속해 추진하고 국방예산을 늘려 국방력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 평화 수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대만과 미국의 파트너십이 매우 강력하지만, 전 세계에는 민주주의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적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중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허위 정보를 퍼뜨려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민주 동맹국의 관계를 깨뜨리려 하지만 미국과 대만, 세계 각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자'라는 한국 이름으로 잘 알려진 한국계 스트리클런드 의원이 이끄는 이번 대표단에는 민주당 소속, 질 토쿠다, 줄리아 브라운리, 재스민 크로켓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11일 대만에 도착해 15일까지 머물며 대만 각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라이 총통은 이날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국회의원 방문단도 접견했다.

그는 '일본 안전보장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 소속 의원단과 만나 "대만과 일본은 서로를 지지하고 깊은 우정을 나누는 동반자"라면서 "민주 진영이 함께 협력해 중국의 권위주의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억지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민주주의 진영이 억지력을 통해 협력해야만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대만 매체들은 전했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여러 차례 차기 총리 선호도 1위로 꼽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