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은 가상 아이돌, 하이브는 AI로 성장 전략 다각화
▶ 현지화 그룹 눈에 띄는 성과 없어… “외국인이 부르는 K팝 위화감 줄여야”
에스파 콘서트에 등장한 가상 아티스트 나이비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버추얼(가상) 아티스트에 인공지능(AI) 기술, K팝 시스템을 접목한 현지화 그룹까지….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신규 IP(지식재산권) 개발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인을 주축으로 한 아이돌 그룹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기획사들은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세계 시장을 노리며 성장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11일(한국시간) 가요계에 따르면 SM은 3분기 중으로 첫 번째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의 데뷔 싱글을 발매한다.
SM 버추얼 IP 센터가 제작한 나이비스는 본래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던 캐릭터였다. 지난해 에스파의 싱글 '웰컴 투 마이 월드'(Welcome To MY World)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나이비스는 6월 에스파 콘서트 무대에 특별 출연해 단독 무대를 선보이며 솔로 데뷔를 예고했다.
나이비스는 콘서트 무대 당시 사람 신체를 본뜬 3차원 캐릭터부터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하는 2차원 캐릭터까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현재는 데뷔를 앞두고 캐릭터의 형태를 최종 조율하고 있는 단계다.
SM은 4분기에 '미스터트롯 2' 출신 트로트 가수와 K팝 연습생, 배우 등으로 이루어진 5인조 '트로트 아이돌'도 공개한다. 성장 스토리를 담은 TV 프로그램을 한국과 일본에 공개하며 전국 투어도 진행한다.
하이브는 자회사인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을 통해 실시간 음성 변환 서비스 '시프트'를 정식 출시한다.
사람의 목소리를 서비스에 탑재된 캐릭터의 음성으로 바꿔주는 기술로, 이용자가 10초가량의 샘플 대본을 읽으면 즉시 원하는 캐릭터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음성을 변환해준다.
콘텐츠 제작과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어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하이브의 설명이다.
기획사들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카드는 현지화 전략이다. 한국에서 제작한 아이돌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으나,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기획사들의 생각이다.
최근 신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하이브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을 앞세워 미국, 일본,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서 현지 팬덤의 성향에 맞는 신규 아티스트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재상 하이브 신임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음악을 다른 시장으로 수출해 성공하더라도, 그 시장에서는 '캡'(상한)이 있다"고 지적하며 "주요 시장에서는 로컬 플레이어라는 마인드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성장의 제약이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SM 또한 영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문앤백(MOON&BACK)과 제작한 5인조 보이그룹 디어 앨리스(DEAR ALICE)를 선보인다. 전원 영국인으로 구성된 디어 앨리스 멤버들은 100일 동안 서울에서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을 거쳐 성장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라틴 아메리카 현지 법인을 출범시킨 JYP 역시 오디션을 거쳐 신규 현지화 걸그룹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캣츠아이, 비춰 등 현지화 그룹 선두 주자들이 데뷔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전문가들은 외국에서 K팝 시장이 독립적으로 성장하기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이브의 미국 걸그룹 캣츠아이는 첫 싱글 '데뷔'(Debut)에 이어 '터치'(Touch)를 발매했으나 국내외 음원 차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두 곡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는 각각 400만여회를 기록했는데, 비슷한 시기 데뷔한 아일릿이 1억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것과 대비를 이뤘다.
JYP의 현지화 걸그룹 비춰는 3월 멤버 케일리가 활동을 중단한 뒤로 신곡을 발매하지 않고 있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지화 K팝 그룹과 기존 K팝 그룹이 경쟁하는 체제인 지금은 한국인으로 이루어진 그룹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부르는 K팝'의 위화감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장기적으로 해외에서 K팝 시장이 독립적으로 성장한다면 현지화 그룹도 성공 가능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