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2연패 웅파타나키트
▶최영석 감독과 감격 나눠
▶ 김유진은 ‘언더독 금 신화’
▶한국에 13번째 금메달 안겨
김유진이 여자 57㎏급에서 금메달 획득 후 시상식에서 활짝 웃고 있다. [로이터]
태국의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파니팍 웅파타나키트가 금메달 획득 후 한국인 최영석 감독을 향해 달려가 큰절을 하고 있다. [로이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화제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김유진이 8일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꺾고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1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어 마침내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와 함께 금메달을 획득한 태국 대표선수가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감독에게 달려가 한국식 큰절을 올리는 감동적인 장면도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태국의 태권도 영웅 파니팍 웡파타나낏과 태국에서 ‘타이거 최’로 잘 알려진 최영석 태국 태권도 대표팀 감독.
웡파타나낏은 8일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에서 궈칭(중국)을 2-1로 꺾고 우승했다. 웡파타나낏은 이로써 지난 도코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태국 대표팀 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경기를 마친 웡파타나낏은 금메달을 확정 지은 후 최영석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고, 두 사람은 함께 태국 국기를 펼치며 자축했다. 이후 웡파타나낏은 매트에서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엎드려 최 감독에게 큰절을 올렸다. 최 감독도 선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맞절로 경의를 표했다. 감동적인 사제지간 모습에 관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당초 웡파타나낏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은 딴 뒤 은퇴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그의 은퇴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가 바로 최 감독이다.
설득 끝에 선수 생활을 계속하게 된 웡파타나낏은 최 감독을 만나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고, 2020 도쿄 대회 때 정상에 오르며 태국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이번 파리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태국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웡파타나낏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감독은 지난 2002년부터 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다. 웡파타나낏은 최 감독에게 13년간 지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 부임 이후 태국은 아시안게임과 세계챔피언십을 나란히 정복하더니 올림픽 금메달까지 수확하는 등 태권도 강국으로 성장했다.
태국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은 최 감독은 ‘타이거 최’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호랑이띠인 데다 선수들을 엄격하게 지도하고, 또 강도 높은 훈련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실력이 좋아도 품성이 나쁘면 절대 기용하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그의 이런 면모 덕분에 태국에서 ‘태권도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에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그는 일찌감치 지도력을 인정받아 2006년 태국체육기자협회에서 주는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고, 같은 해 왕실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한편 김유진의 반전 스토리도 주목됐다. 프랑스 파리 하늘에 8일 태극기가 13번째로 올라가면서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세계랭킹 24위에 불과한 김유진이 세계 1, 2, 4, 5위 선수를 잇달아 물리치는 언더독(약자)의 신화를 썼기 때문이다.
종주국을 자부하는 태권도는 전날 박태준에 이어 김유진마저 금메달 행진에 힘을 보태면서 효자 종목의 위상을 단숨에 되찾았다. 태권도가 금메달 2개 이상을 따낸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래 8년 만이다. 2020 도쿄 대회에서는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