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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AI 미래, 세 갈래 가능성

2024-08-09 (금) 정영오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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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과 5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원인 중 하나가 인공지능(AI) 회의론 확산이다. 2022년 챗GPT 등장을 계기로 생성형 AI가 미래를 바꿀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AI 투자와 기술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모기업), 아마존, 테슬라, 메타 등이 AI 관련주 상승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들 ‘매그니피센트 7’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거품론이 힘을 얻고 있다. AI는 거품일까, 일시적 부진일까.

AI의 미래에 대해 전망이 갈리는 것은 결국 AI가 과거 등장했던 주요 신기술 중 어떤 기술과 유사한 경로를 밟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 차이에서 비롯된다. 여전히 대세는 AI기술도 19세기 철도나 1990년대 후반 닷컴 거품처럼 초기 사용자와 뒤따르는 다수의 수용자 사이에 발생하는 격차(캐즘·chasm)를 건너는 것일 뿐 점차 성과가 드러나게 될 것이란 시각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AI 투자를 계속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AI가 철도나 인터넷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잠재력이 큰 것 같긴 하지만, 아직 그 쓸모를 확실히 모르기 때문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AI가 19세기 철도가 아니라 철도 옆에 부설되던 전신망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전신망 산업은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리다가 웨스턴 유니온이 등장해 수익을 창출한 이후 겨우 자리 잡았다. 미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는 “AI가 큰 영향을 줄 업무 분야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주식 투자자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신기술 등장 초기 선두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되는 건 아니다”라는 역사적 사실이다. 전신망 초기 지배자 웨스턴 유니온은 벨의 전화기 등장에 곧바로 밀려났다. 또 전기 조명 초기 지배자였던 찰스 브러시의 아크 조명도 투자 열풍을 일으켰지만, 에디슨의 백열전구 등장으로 사라졌다. 엄청난 전력 사용과 고가로 논란을 빚고 있는 엔비디아 제품이 언제까지 새로운 AI 기술과 경쟁에서 우위를 지킬지 장담할 수 없다.

<정영오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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