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가격 하락세…바이어스 마켓으로 전환되나

2024-08-08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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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율 점차 떨어지고 매물은 증가세

▶ 집 내놓기 전 ‘가격·상태’ 등 점검해야

주택 가격 하락세…바이어스 마켓으로 전환되나

최근 이자율이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들고 매물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부동산 관계자는 이를 바이어스 마켓 전환 신호로 보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주택 가격 하락세…바이어스 마켓으로 전환되나

매물이 늘면서 리스팅 가격을 내리는 셀러도 늘고 있다. 집 팔기가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로 전문가들은 집을 내놓기 전 가격, 주택 상태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로이터]


주택 가격이 드디어 하락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7월 리스팅 중간 가격은 43만 9,950달러로 전달(44만 5,000달러) 대비 약 5,000달러 낮아졌다. 리스팅 가격은 셀러가 집을 내놓는 가격이다. 리스팅 가격이 내려 가면 실제 매매 가격도 뒤따라 떨어지게 된다. 셀러가 리스팅 가격을 내린다는 것은 집을 팔기가 그만큼 쉽지 않아 졌음을 의미하고 바이어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주택 시장이 하루아침에 바이어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는 아직 이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여전히 대다수(76%)의 미국인은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 없이 내 집 마련에 나서려면 모기지 이자율 하락, 매물 증가, 주택 가격 하락 등 해결돼야 할 현안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해 하반기 주택 시장 현황을 짚어본다.

◇ 무조건 팔리는 시기 지나

30년 만기에 적용되는 고정 모기지 이자율(8월 1일 기준)이 6.73%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그동안 이자율 때문에 주택 구입을 망설였던 주택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업계도 현재 전반적인 경제가 회복을 유지 중인 가운데 이자율이 하락한 것은 주택 시장에 호재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관망 중인 주택 수요를 끌어내려면 이자율이 충분히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이자율을 바라보는 바이어의 시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3년 전과 비교할 때 6%대의 이자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는 지금이라도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고 있다. 때마침 주택 매물도 증가세로 돌아서며 주택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닷컴의 시장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6월 주택 매물량은 5월 대비 약 4% 증가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무려 23%나 늘었다. 주택 매물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조금씩 채워져 가고 있다.

스카일라 올슨 질로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격이 시세보다 높거나 마케팅을 적절하지 않는 매물은 파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라며 “내놓으면 무작정 팔리는 시기는 지났고 주택 구입 경쟁면에서는 팬데믹 이전 상황과 비슷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9월 기준 금리 인하로 모기지 이자율이 더 떨어지고 매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주택 시장이 빠른 속도로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집 팔려면 전보다 더 준비해야

전국적으로 셀러들이 드디어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셀러들은 낮은 이자율과 매물 부족으로 집을 팔고 싶어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최근 매물이 서서히 늘자 낮은 이자율을 포기하고라도 높은 매매 차익을 낼 수 있는 타이밍을 잡겠다는 셀러가 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 같은 셀러들의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부동산 중개 업체 리맥스가 내놓은 주택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6월까지 3개월 연속 대다수 셀러가 가격 할인 없이 리스팅 가격을 그대로 받고 집을 판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수요 대비 매물이 여전히 부족하지만,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지면 기존 보유 주택을 팔고 새집을 사려는 셀러들에 의해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물이 소폭 늘면서 매물 판매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6월 주택 중간 가격은 44만 5,000달러로 평균 판매 기간은 45일 걸렸다. 7월 둘째 주(13일 기준) 실시된 조사에서는 평균 매물 판매 기간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매물 판매 기간이 늘어나고 주택 시장이 비수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 집을 팔려는 셀러는 예년과 달리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이 조언한다.

집을 내놓기 전에 집 안팎 청소는 물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해 실내가 넓게 보이게 하는, 이른바 ‘잡동사니 정리 작업’(Decluttering)이 필수다. 바이어의 주택 구입 결정을 좌우하는 주방과 욕실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중성 톤 색상으로 페인트하면 집을 보러 오는 바이어에게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보다는 캐비닛 ‘리피니싱’(Refinishing), 가전제품 교체, 타일 메움재인 ‘그라우트’(Grout) 교체 작업 등 간단한 리모델링 작업도 집을 팔 때 큰 도움이 된다.


◇ 모기지 페이먼트 하락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하고 매물이 소폭 늘면서 주택 구입 부담이 미미하게나마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조사에 따르면 7월 21일 기준 월평균 모기지 페이먼트는 2,671달러로 최근 4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1년 전 대비로도 166달러 낮아졌다. 조사가 실시된 주의 평균 모기지 이자율은 6.77%로 올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레드핀은 매물이 소폭 증가한 것도 페이먼트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레드핀의 집계에 따르면 6월 신규 리스팅은 1년 전보다 약 6.1% 증가했고 매물이 팔리는 데 걸리는 기간도 늘어나면서 바이어의 협상력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내 집 마련 여건이 최악을 벗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바이어는 주택 구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6월 재판매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7%나 하락했는데 이는 최근 9개월 사이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주택 시장 관계자들에 의하면 모기지 이자율 하락과 주택 가격 하락을 기다리며 주택 구입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바이어가 여전히 많다.

또 올해의 경우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주택 구입과 판매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 예년에 비해 주택 거래가 더욱 저조한 편이다. 레드핀 소속 한 에이전트에 따르면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집을 사겠다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경제 및 주택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주택 매매에 나서겠다는 고객도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속설과 달리 대통령 선거와 주택 가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2008년을 제외한 나머지 대통령 선거해에 주택 가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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