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사브르 ‘최고의 날’
▶ 오상욱 첫 2관왕 등극
▶“대한민국 펜싱 새 역사”
지난달 31일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교체 투입된 도경동(왼쪽 사진)이 연속 득점을 한 뒤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에이스’ 오상욱이 헝가리 크리스티안 러브를 상대로 마지막 공격을 성공,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는 모습. [연합]
프랑스 파리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그랑팔레의 꼭대기에 또 한 번 태극기가 휘날리며 한국 펜싱의 새로운 역사가 새겨졌다. 지난달 31일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한국을 위한 무대였다.
오상욱,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8강에서 캐나다, 준결승에서 프랑스, 결승에서 헝가리를 연파하고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 2021년 열린 2020 도쿄 대회에 이어 한국이 올림픽 남자 단체전 3회 연속 우승(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제외)을 이룬 순간이었다.
앞서 이번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에이스’ 오상욱이 이전 올림픽 개인전 3연패(런던·리우·도쿄)에 빛나는 헝가리의 백전노장 아론 실라지의 추격을 뿌리치고 마지막 45번째 득점을 완성하는 순간 선수들과 원우영 코치는 피스트로 달려 나와 얼싸안고 환호했다.
이어 선수들이 원우영 코치를 헹가래 치며 기쁨을 함께 누렸고, 원 코치는 공중에서 주먹을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태극기를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친 선수들은 관중석을 ‘태극기 물결’로 만들어 준 팬들에게도 인사했다. 시상대가 차려지자 뒤에 선 선수들은 어깨를 서로 토닥이며 격려하고, 은메달을 딴 헝가리, 동메달을 획득한 프랑스가 시상대에 오를 때마다 손뼉을 치며 축하했다.
‘금메달리스트, 한국’이 소개되고 오상욱,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이 시상대 맨 위에 올라서자 개최국 프랑스만큼이나 큰 함성이 쏟아졌다. 시상식에는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시상자로 나서서 대표팀의 위업을 함께 축하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하이 파이브를 하며 재차 서로를 격려했고, 오상욱이 개인전에서 올렸던 태극기가 다시 꼭대기에 오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며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행복한 올림픽 피날레가 완성됐다. 선수들은 원우영 코치, 대표팀의 총감독 역할을 한 조종형 대한펜싱협회 부회장과 ‘3연패’를 상징하는 손가락 3개를 펴 보이며 한국 펜싱의 새 역사를 알렸다.
그랑팔레에서는 2010년 개최된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선수였던 원우영 현 대표팀 코치가 한국 사브르 선수 최초의 우승을 달성했고, 이번 올림픽에선 오상욱이 한국 펜싱 첫 2관왕에 오르며 한국 펜싱 ‘약속의 땅’으로 남게 됐다.
에이스 오상욱은 ‘이제 오상욱의 시대’라는 평가를 ‘어펜저스의 시대’로 바로 잡았다. 사흘 전 개인전에서 세계의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정상에 선 오상욱은 단체전 우승도 이끌며 한국에 금메달 2개를 안겼다. 이번 올림픽뿐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까지 모두 우승해 한국 선수로 이룰 수 있는 모든 영광을 이룬 터라 독보적인 선수 경력을 자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