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계 해리스’ 나올 수 있을까?

2024-07-30 (화)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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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 대통령 선거가 요동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이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최초의 ‘여성, 흑인, 아시아계 출신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그럼 다인종 출신인 해리스는 과연 몇개의 국적 소유자이며, 미국 대통령 출마 자격에 결격 사유는 없는지 한국계 2세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의 국적법은 남자 위주의 병역문제가 중심이었다. 그 결과 한인 2세 여자의 복수국적 문제의 심각성은 외면 당하고 말았다. 이번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주자를 계기로 한인 2세 여자까지 포함하는 선천적 복수국적 관련법의 재검토를 통해 ‘국적자동상실제’ 도입이 시급한 때이다.

2024년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는 해리스 부통령의 복수국적 문제를 제기 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이다. 왜냐하면 어머니 나라인 인도의 헌법은 해외 출생자에 대해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아버지 나라의 자메이카 법은 조부모나 부모 관계로 외국 출생자가 국적을 원할 경우에는 국적을 따로 신청하도록 요구하고 있기에 해리스는 복수국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냐인 아버지를 둔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출생 증명서를 보자고 한 적이 있는 트럼프는 이민 2세인 해리스에 대한 복수국적 시비는 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이처럼 인도계 2세의 정치적 역량과 모국의 국적법이 국적자동상실제로 뒷받침해 준 결과, 인도계 2세의 화려한 미 정치 무대 등장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적법은 인도나 자메이카와는 정반대다. 미국에서 출생 당시 아버지가 한국 국적 소유자였으면 한인 2세 여자의 경우 1988년 5월5일 이후 출생자(현 36세)는 ‘국적 당연 상실‘ 제도가 2010년에 폐지됨에 따라 한국 국적을 자동으로 보유하게 된다. 한국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도 한인 2세 여자와 남자는 자동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남자의 경우는 1983년 5월24일 이후 출생자(현 41세)부터 자동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는데 그 이유는 2005년 개정법(소위 홍준표법)이 소급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2005년 개정법에 의해 남자의 경우는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병역 의무가 부과되는 부당하고 위헌적인 법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국적이탈 과정은 먼저 출생신고를 한 뒤, 1년 이상 걸릴 만큼 아주 복잡하고 불필요한 행정절차다. 한인 2세 남자와 여자는 미국 정계나 공직에 진출할 때 신원 조회 시 복수국적인 줄 몰랐거나 혹은 알면서도 거짓 진술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태생 이민 1세는 미국에서 시민권을 받음과 동시에 한국 국적이 자동 말소된다. 그러나 미국 태생 이민 2세는 한국 국적이 자동으로 말소되지 않는데 이는 국적법의 모순이다. 아이러니하게 미 공직이나 정계 진출시 이민 1세가 이민 2세보다 복수국적 문제에 더 유리하다. 이민 1세의 국적 자동상실은 ‘속인주의’ 보단 ‘단일 국적주의’가 우선으로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민 2세에게도 ‘단일 국적주의’ 원칙을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국적법의 모순을 바로 잡고자 현재 미주 전역에서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에 대한 청원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입법 청원의 목적은 해외동포에게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족쇄’를 없애달라는 것이다. 제안하기는 외국에서 출생하고(원정출산자 제외), 주된 생활지인 외국에서 17년 이상 거주한 선천적 복수국적 남자와 여자는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한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는 ‘국적 자동 상실제’를 다시 부활하여야 한다.

인도계의 뒤를 따라 이젠 ‘한국계 해리스’와 ‘한국계 오바마‘가 탄생할 수 있는 길을 하루속히 열어야 한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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