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카카오
▶ 김범수 구속, 그룹쇄신 차질
▶주요 계열사까지 수사선상
▶‘도주우려 인정’ 과도 지적도
▶구속적부심 청구 가능성 낮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을 기점으로 검찰의 칼끝이 그룹 전체를 겨누면서 카카오는 당분간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2006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총수 부재’ 상황에서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해야 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경영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하던 와중에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성장에 치중해 계열사를 지속적으로 늘려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긴 했지만 해외 빅테크들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톡과 카카오T 같은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앞장서온 토종 IT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가 저평가됐다는 아쉬움이다. IT 기업 총수 구속 사태가 관련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검찰이 살펴보고 있는 카카오 관련 수사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포함해 총 4가지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할 당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한 의혹도 수사 중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투자금 일부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김 위원장의 구속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김 위원장은 ‘86학번 황금세대’로 한국 벤처 신화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개발해 카카오를 재계 순위 22위의 대기업으로 키웠다. 문어발식 확장과 임원진 먹튀 논란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룹 쇄신 작업을 주도했지만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경영 쇄신을 직접 지휘하는 기구인 ‘경영쇄신위원회’를 CA협의체 내에 신설하고 위원장을 맡으면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도 지난해 5월 SM엔터테인먼트 편입으로 147개까지 늘었지만 지난달 기준으로 125개까지 줄였다. 총수 구속으로 IT 기업의 성장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카카오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남부구치소를 방문해 김 위원장과 향후 대응 방향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기한을 최장 20일까지 연장해 수사를 마무리한 뒤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날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법원에 200쪽 분량의 PPT 자료를 제시하며 구속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사유로 증거인멸 우려뿐만 아니라 도주 우려까지 적시된 것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최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이례적인 데다 도주 우려를 인정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보증금 납입이나 주거 제한 등을 조건으로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법원이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안이라 (청구를 해도)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구속적부심 청구가 받아들여진 경우도 드문 상황이어서 기소 이후 보석 청구를 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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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윤지영·김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