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다는 것은

2024-07-19 (금) 윤유진 버지니아주 센터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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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대학교를 졸업한 동기들이 이제는 각자 흩어져 서로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디선가 떨어진 채로 서로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40여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모두들 70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며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경쟁도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궁금할 뿐이다.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다시 한 번 함께 모여 학생 시절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올까?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예전처럼 함께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지난 40여 년간 어떤 사연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학교 안에서 하루 종일 수업을 들으며 보냈던 젊은 날의 기억을 되새기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얼마나 변했을까? 살아오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얼마 남지 않은 앞날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게 될까?

졸업 후 40여 년의 긴 삶을 살았지만, 여전히 삶은 제자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앞으로의 삶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인생이란 기나긴 여행을 그렇게 살아왔구나. 서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지만, 막상 만나면 “산다는 것”은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옛날에 부르던 노래들처럼 마음만 간절할 뿐, 막상 말할 수 있는 삶은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이리라. 그리고 남은 20여 년도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그런 삶”을 살게 되리라. 그렇게 생각하면 옛 친구들을 만나야 할 이유도 없으리라. 하루하루 주어진 날을 지금처럼 그저 그렇게 보내다가 남은 인생을 마치리라.

삶은 그런 것. 내 삶도 어느 누구의 삶처럼 그렇게 흘러가고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 아쉬운 인생이다.

<윤유진 버지니아주 센터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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