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정치현실, 한인들의 정치현실

2024-07-01 (월)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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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선에서 7명의 갑부들이 천문학적 정치 후원금을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지원했다. 이들 중 3명은 공화·민주 후보 모두에게 기부했고, 4명은 공화당에만 기부했다.

이들이 그렇게 많은 기부를 한 것은 그만큼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함이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 이들 7명 중심의 과두제 국가일 수 있다. 한 표를 가진 유권자보다 이들 7명의 돈으로 뛰어난 캠페인 전략가를 고용해서 그들의 아젠다를 담은 광고를 유권자들에게 쏟아 붓는다. 그래서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그들의 정책에 투표를 하게 되어 7명 갑부들의 영향력이 사실상 미국의 정치권에 절대적이게 된다.

그래서 미국은 소수가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과두제 민주국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해가 갈수록 미국의 선거는 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돈 잔치 선거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들 7명 갑부의 눈에 들지 않는 후보들은 사실상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 돈을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거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의 선거제도가 미국보다 훨씬 더 진보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각각의 선거에 대한 기부와 선거자금 한도액이 정해져있고, 15% 이상을 득표하면 공탁금을 비롯한 모든 선거비용을 국가로부터 돌려받을 수가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돈 선거를 봉쇄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돈 선거는 대통령 선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방, 주, 시에서도 똑같다. 그래서 뉴욕 시와 주를 비롯한 몇개 주에서는 선거자금의 한도를 정하고 지역구에서의 소액다수에 대한 매칭을 해주고 있다. 그래서 참신한 정치인들이 더 많이 의회와 행정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든든한 경제적 배경이 약한 한인과 같은 소수계에게 정말 유리한 제도이다.

이렇듯 소수계에게 유리한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실상 한인들의 유권자 등록률은 뉴욕과 뉴저지 전체 유권자 등록률보다 각각 40% 이상 낮고 투표 참여율도 평균 10% 이상 낮다.

소수계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은 커뮤니티의 결집이고 그 결집된 힘으로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미국 인구의 3%도 되지 않는 유대인들이 소수계의 숙명적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주류보다 더 높은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였다.

다민족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숫자가 적어서 소수계라고 하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이제는 한인들도 깨어나야 한다. 잘 먹고 잘살고 있는데 한인 커뮤니티가 무엇이 중요하고, 사는 것이 힘든데 한인 커뮤니티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민족과 인종들은 우리가 잘났든 못났든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규정한다. 그 규정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미주 한인 커뮤니티가 갖고 있는 결집력과 위상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11월5일 선거를 앞두고 많은 주에서 예비선거를 치렀거나 또 치르고 있다. 6월25일은 뉴욕주의 예비선거 일이다. 2022년 선거에서 전체 3,500여명의 한인 유권자 중 341명만이 선거를 했다. 소수계에게 좋은 선거 환경이 만들어졌지만 한인들의 참여율은 우려할 상황이다. 이런 투표 참여율은 후대들에게 물려주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유산이다. 2024년 선거에서는 30% 이상 투표해서 한인들의 지위를 지켜야 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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