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기념하며

2024-06-27 (목) 김유숙 미주통일연대 워싱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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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기념일을 제정함으로써 그 의미를 함께 되새겨보고 미래세대를 위해 그날의 의의와 가치를 강조하고 교육한다. 올해 초 북한 김정은은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이며 더 이상 통일의 대상도 아니라며 민족지우기, 통일지우기에 나섰다. 그와는 반대로 대한민국 정부는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 공표했다.

북한의 반민족적이며 반통일적인 태도변화는 상당히 이례적이며 돌발적 같아 보이지만 과거 동독이 서독과 통일하기 전 취했던 입장들과 상당히 흡사하다. 동독은 1974년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 조항을 삭제했으며 또한 북한의 두 국가론은 과거 동독과 상당히 닮아있다. 그러나 두 국가론을 거부한 서독의 확고한 입장이 독일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고 역사는 평가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의 망언 이후 북한의 두 국가론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여는 진보단체들이 앞 다투어 나타나기 시작했고 다양한 분석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두 국가론의 주장은 북한이탈주민 보호에 대한 법적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만에 하나 북한의 급변사태가 생길 경우 법적으로 북한 주민에 대한 대한민국의 관여를 포기하게 될 우려가 있다.


평소 내가 만난 분들 중에 보수성향보다 진보성향의 분들이 소위 민족주의자적인 경향이 많아 보였다. 갈라진 한민족이 하나 되자고 주장할 것 같은 진보단체가 통일보다 분단이나 유지하자는 평화론을 펼치는 모습이 아이러니 할 뿐이다. 북한이 반민족주의적인 주장을 할 때 가장 먼저 분노하고 규탄성명서를 내야할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다. 그들이 반민족을 주장하면 우리는 한민족임을 호소하고 반통일을 주장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자유 통일하자고 소리 높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마저 여기서 포기한다면 북한주민들은 더 이상 희망을 둘 곳이 없다.

남북한의 통일이 이젠 단지 나라와 민족을 하나 되게 하여 경제적으로 좀 더 잘 살아보자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북한이라는 거대한 감옥에서 가난과 굶주림 그리고 독재와 인권유린으로 고통 받는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하루빨리 구출해 내야하는 휴머니즘의 영역에서 보자는 시각이 국제적으로 점점 확장되어가고 있다.

통일을 하자는 데는 동기가 요구된다. 북한을 고향으로 둔 분들이야말로 통일에 대한 간절한 동기를 갖고 있다. 누구보다도 탈북민들이야말로 하루속히 통일이 되어 보고 싶은 가족들을 만나고 그리운 고향땅을 밟기를 간절히 염원할 것이다.

북한 이탈주민의 날은 탈북민을 진정한 우리 국민으로 포용하고 북한 주민에게는 자유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며 더 나아가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라는 구호를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된 국가 기념일이다.

요즘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되어 있고 밀착해가는 북러 관계로 국제사회도 한반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반드시 밝은 새벽이 오게 되어 있으며 위기 속에서 기회와 희망을 찾아본다.

북한 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환영하며 이 날을 기념하는 일은 이미 나온 탈북민들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따뜻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될 것이다.

<김유숙 미주통일연대 워싱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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