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대전으로 인해 강제로 대학을 떠나야 했던 워싱턴주의 105세 할머니가 무려 83년 만에 미국 최고 명문인 스탠포드 졸업장을 품에 안아 화제다.
주인공은 현재 워싱턴주 중부 야키마에 살고 있는 버지니아 히슬롭(105ㆍ사진) 할머니다. 이 할머니는 지난 16일 열린 스탠퍼드 대학교 2024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니엘 슈워츠 스탠퍼드 교육대학원 학장은 히슬롭을 무대로 소개했다. 히슬롭은 걸어 나가며 "맙소사, 저는 이것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라고 감탄했다. 히슬롭의 자녀들과 손주, 졸업생들은 모두 일어나 히슬롭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슈워츠 학장은 히슬롭을 "형평성과 학습 기회를 열렬히 옹호한 사람"이라고 묘사하며 졸업장을 수여했다. 슈워츠 학장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른 이의 배움을 위해 일생을 바친 사람을 기념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히슬롭과 스탠퍼드대와의 인연은 88년 전인 193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스탠퍼드대 교육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한 히슬롭은 더 수학하고 싶다는 꿈에 힘입어 교육대학원까지 진학했다.
하지만 히슬롭이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1941년, 그의 연인이었던 조지가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하라는 나라의 부름을 받게 됐다. 히슬롭은 최종 논문을 완성하지 못한 채 조지와 결혼했고 남편의 부대가 있는 오클라호마주로 떠났다. 전쟁 이후에는 워싱턴주 야키마로 이주해 두 아이를 키웠다.
히슬롭은 비록 석사 과정은 마치지 못했지만 지역사회 차원에서 교육자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여학생에게 고등 영어 대신 가계(家計)를 가르쳤던 당시 중학교 교육 과정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고, 워싱턴주의 독립 커뮤니티 칼리지 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로비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워싱턴주 헤리티지 대학 설립에 참여하고 600만 달러의 장학금을 모금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히슬롭의 사위가 그녀의 졸업에 대해 스탠퍼드대에 문의했고, 스탠퍼드대는 더 이상 논문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하며 히슬롭은 졸업 요건을 갖추게 됐다.
히슬롭은 "저는 지역 학교를 위해 좋은 일을 했고 이를 확산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나에게 이 학위는 야키마 지역의 학교와 위원회에서 일했던 과거에 대한 감사함을 뜻한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