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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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방공망’ 완성 넘어 ‘우주 방어망’까지…K방산의 도전

2024-06-13 (목) 김기원 한국국방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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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장거리 미사일 원거리서 요격
▶‘한국형 사드’ L-SAM 개발 완료
▶중·하층 이어 상층까지 방어 가능

▶ 국방과학연구소·국내 기업·정부 ‘원팀’ 돼 빠른 속도로 독자 개발
▶주변국에선 ‘기적’이라는 평가도
▶전장의 영역 우주까지 확장 추세
▶천궁·L-SAM 성능 개량 힘쓰고 우주감시정보까지 활용 노력을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소위 ‘신종 탄도탄 세트’라고 불리는 새로운 종류의 탄도탄을 시험 발사했다. △낙하 단계에서 변칙 기동 형태를 보이는 탄두(KN-23)와 △낙하 속도를 증가시켜 요격을 어렵게 하는 중거리 탄도탄(KN-24) 그리고 △대형 탄두를 사용하여 폭발 위력을 증가시킨 600㎜급 탄도탄(KN-25)이 그것이다. 모두 고체연료를 사용해 발사 단계에서의 노출 시간을 줄임으로써 기습 능력을 증가시킨 점이 특징이다. 올해에도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1월 14일), 여러 발의 초대형 방사포 동시 발사(3월 18일), 고체 연료 엔진을 장착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 발사(4월 8일) 등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외교 행태도 심상치 않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투하된 포탄과 탄도탄 등의 폭발물 잔해에서 북한 부품이 발견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수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됐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직후, 러시아의 전쟁 명분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이처럼 안으로는 끊임없이 탄도탄 시험 사격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밖으로는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기 수출과 경제 제재 회피, ‘핵 능력 고도화를 위한 부족 기술’을 추구한다. 또, 중ㆍ러 사이에서 줄다리기 외교를 구사하며 핵 개발로 초래된 국제 사회의 제재 조치를 회피하고 경제 회생을 꾀하고 있다. 북한은 작금의 국제 질서 변동을 경제 회생과 한국에 대한 기술 열세 극복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호시탐탐 도발 명분을 쌓는 한편,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국형 독자 방공망 완성, ‘L-SAM 개발 완료’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초 한국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L-SAM) 개발이 완료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군의 요구 성능을 100% 달성하여 전투용 배치가 가능하다’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것인데,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먼저, L-SAM은 적 전투기를 포함해 고속 장거리 탄도탄을 원거리에서 직접 요격하는 상층방어체계다. 그리고 현재 중ㆍ하층 방어는 패트리엇, 천궁이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L-SAM 개발이 완료됐다는 것은 우리 군의 독자적인 방공망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 퍼즐 조각’이 맞춰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L-SAM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주 공간에서 표적을 요격하는 데 필요한 궤도 수정, 자세 제어 등 극소수 선진국만 보유한 핵심 기술을 우리 손으로 구현한 것이다.

일단, L-SAM의 다기능레이더(MFR)는 실전 배치 시 항공기 수백 대, 탄도탄 수십 기를 동시에 추적ㆍ요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DACS(Divert and Attitude Control System)’는 궤도 수정 및 자세 제어 기술이다. 이 모두 한화가 개발했다. 또 탐색기 및 유도조종장치, 구동장치 등 기술도 LIG넥스원을 포한한 국내 업체들이 구현했다. 직접 요격이 가능한 기술 수준의 이 상층요격체계는 미국을 포함해 불과 4~5개 국가만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L-SAM 개발은 개발 기간 측면에서도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3년 4월 L-SAM 개발을 놓고 기술성숙도 평가가 진행됐고, 당시 국내 연구개발로 진행할지 국외 도입을 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이후 많은 논의 끝에 ‘국내 개발’로 결정한 뒤 ADD가 주도적으로 개발을 추진했다, 당시 개발 담당 연구원들은 연구실에 야전침대를 두고 생활했을 정도로 밤낮도, 휴일도 없이 열정과 헌신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한국의 L-SAM 개발’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를 지켜본 주변 국가들도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뤄낸 성과에 대해 ‘기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도전과 역경의 드라마… 향후 과제는?


또 하나의 값진 성과는 개발을 주도한 ADD뿐만아니라, 국방부, 공군, 방사청, 업체가 모두 ‘원팀’이 돼 이뤄낸 ‘도전의 결실’이라는 점이다.

2013년 기술성숙도 및 기술준비수준(TRL) 평가 당시 기술 문제 등을 들며 ‘국외 도입’으로 결정했다면 지금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또 2018년 체계 개발 당시, 북한과의 평화협상 등을 이유로 시험 사격조차 쉽지 않았는데,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성과는 단연코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오늘날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할 핵심 억제 능력 구현은 요원했을 것이다.

이제 L-SAM은 유사시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 영공 방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군의 다층방공망은 ‘한국형 사드’인 L-SAM으로 온전한 방어망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어떤 형태의 도발을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튼튼한 방어막으로 작동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 국방의 앞선 능력과 기술은 천궁에 이어 K방산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L-SAM 개발에 헌신한 관계관 모두에게 뜨거운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 위협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또한, 내일도 달라질 것이기에 안주할 수 없다. 북한의 도발이 불가능하도록 억제하고, 위협이 의미를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의도보다 한 수 위의 능력을 구현해야 한다. 어떠한 공격도 성공하지 못하도록 요격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의 공격이 효과가 없도록 하는 ‘거부적 억제’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상대의 공격 의지를 무력화하게 할 것이다.

이제부터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기에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다음 발걸음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국방부에서 추진하는 천궁과 L-SAM 성능 개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극초음속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방어망을 우회하는 형태의 공격에 대해 더욱 촘촘한 대비 능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 새로운 기적을 창출할 수 있도록 국방 개발 분야에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와 군이 논의 중인 ‘패스트 트랙’이 좋은 사례다. 이런 제도 개선을 통해 상대방보다 한발 앞서 기술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지원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개발기관-생산업체-운용부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팀워크 제도(이스라엘), 패트리엇에 적용 중인 지속형 성능개량 모델(미국)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체 방공장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방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능력도 구현할 필요가 있다. 미 육군의 통합전투통제체계(IBCS)도 주목할 만하다. 사드와 패트리엇이라는, 서로 다른 레이더와 서로 다른 발사대를 마치 하나의 무기 체계인 것처럼 연결하는 것이다. 우주감시정보도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느 방향에서 몇 발의 탄도탄이 날아오든 상관없이 가장 효과적으로 교전할 수 있다.

오늘날 전장의 영역은 육지와 바다 공중을 넘어 우주까지 확장하고 있다. 지상의 눈뿐만 아니라 우주의 눈까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ADD가 천궁, L-SAM 개발 경험에 기반해 과감하게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김기원 한국국방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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