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구촌의 안전 언제까지 지켜낼까

2024-06-11 (화)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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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인간의 잘못으로 그동안 무수히 짓밟히고 훼손됐다. 평화를 수호해야할 임무를 지닌 인간이 오히려 평화를 파괴하는 주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구촌의 역사는 대량 학살부터 계속되는 분쟁에 이르기까지 유혈 사태로 얼룩져있다.

뿌리 깊은 적대감과 여러 정치적 복잡성으로 촉발된 이스라엘과 가자 사이의 분쟁은 이러한 잔혹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구촌을 평화와 안전으로 지켜야할 인간이 오히려 인간을 괴롭히고 살육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구촌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국경을 초월한 공감, 정의, 인간 존엄성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헌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지구촌을 평화롭고 안전하게 지켜내려면 인간이 더 이상 지구촌 생태계에 고통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구촌을 안전하게 잘 보호하지 않으면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지구촌에서 평화를 누리며 살 수 없게 된다.


물 부족과 식량난,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 지구촌을 위험에 빠트리는 생태위협으로 향후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10억명의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2050년 전 세계 인구를 100억 명으로 가정한다면, 인구의 10%가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호주의 4개월 산불로 500명이 숨지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사실이나, 중국의 대규모 홍수로 인해 6,300여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사실 등. 이러한 생태의 위험노출은 이들 나라뿐 아니라 세계 157개 국가 중 141개국이 오는 2050년까지 최소 한가지씩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의 분석도 있다.

최근 멕시코와 브라질이 각각 폭우라는 극단적 기후 현상에 ‘잔인한 5월’이라는 딱지까지 붙었었다. 멕시코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때 아닌 더위 속에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발생, 국가 에너지관리센터는 국가 전력망 시스템 비상사태를 선포하기까지 했다. 지난해는 허리케인으로 인해 심각한 자연재해에 직면하기도 했다. 당시 폭풍은 시속 270km를 초과하는 파괴적인 바람, 폭우, 홍수를 가져왔고 기반시설, 주택 및 지역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은 인간의 잘못된 행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화석 연료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이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텍사스는 역사적으로 재생 가능한 대안보다 이러한 에너지원을 우선시해왔다. 이러한 의존성은 기후 변화를 주도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크게 기여해왔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도시 계획과 물 관리 관행은 변화하는 기후의 현실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열을 흡수하고 재방출하여 지역 기온을 악화시키는 열섬 효과가 증가한 것이다. 지속 가능한 관리 관행에 대한 적절한 투자 없이 수자원이 과도하게 사용되어 가뭄 기간 심각한 물 부족이 초래됐다.

앞으로 이런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돼야 한다. 이러한 기술의 채택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도시 계획에는 열섬 효과를 완화하는 녹지 공간, 반사 재료 및 기타 설계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공공 교육 캠페인이 절실하다. 당장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과감히 줄이고, 도시 및 수자원 관리 개선과 인간의 인식을 제고함으로써 미래의 생태계 재난을 감소시켜야 지구촌을 보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생태계에 저지른 못된 행위들이 또 다시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인간이 우매한 행동으로 스스로를 파괴시키고 황폐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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