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캐나다·일본 등 앞다퉈 AI 훈련용 슈퍼컴퓨터 구축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사진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을 둘러싸고 민간 기업들의 경쟁 못지않게 정보·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세계 각국 정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각국 정부의 AI 투자 확대 추세를 전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AI 반도체 칩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의 매출을 지속해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은 "아시아와 중동, 유럽에 있는 국가들이 자국의 새 AI 컴퓨팅 시설에 수십억달러(수조원)를 쏟아붓고 있다"며 "이는 엔비디아에 빠르게 성장하는 수익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 정부의 목표는 자국 내에서 첨단 AI를 개발하고 현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국어를 이용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이는 첨단 기술을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이 미중 어느 한쪽에 의존하지 않고 전략적 자립을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과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정책 담당 임원을 역임한 파블로 차베스는 "범용 AI 혁명이 자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엄청난 불안감을 가진 정부들이 있다"며 "그들은 조금 더 많은 영향력과 통제력을 가지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적인 AI 모델 구축에 상대적으로 많은 지출을 하는 국가로는 싱가포르가 꼽힌다. 싱가포르는 국립 슈퍼컴퓨팅 센터를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국영 통신사인 싱텔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동남아시아에 있는 데이터센터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달 자국의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을 위한 국가 컴퓨팅 전략의 일부로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은 자국의 AI 컴퓨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약 7억4천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케냐는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AI 기업 G42와 1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몇 달간 전 세계를 돌며 각국 정부 지도자들을 만나 AI와 국가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독려해 왔다고 WSJ은 전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향후 MS와 아마존, 알파벳 구글 등 핵심 기술기업들의 AI 칩 구매 수요가 점차 식는다면 각국 정부의 AI 기술 구축 수요가 엔비디아에 대안적인 거래처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FRA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에인절로 지노는 "문제는 엔비디아의 성장 모멘텀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국가(Sovereign) AI'는 더 높은 수익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