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지출 본격 둔화
▶ 자동차도 가격경쟁 재개
▶‘미끼 상품’유혹 지적도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경제상황 악화로 소비를 줄이고 할인 품목을 선호하는 등 샤핑습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
고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고소득층마저 할인 물품을 찾는 등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 CNN은 3일 인플레이션에 지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주 뉴욕에서 개최된 금융 콘퍼런스에서 신용카드, 수표 등을 통해 추산한 2023년 소비자 지출의 전년대비 증가율이 3.5%로, 2022년의 10.0%에 비해 낮다고 밝혔다.
회계법인 KPMG 최근 조사에서는 연 소득 2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 60%가 올해 할인 물품을 더 많이 살 것이라고 답했다. KPMG 관계자는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 렌즈를 통해 경제를 보고 있다”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샤핑 습관을 바꾸고 급여를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유통업체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월그린스는 지난주 1,000개 이상 품목의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고, 타겟도 5,000가지 식품과 생활용품의 값을 조금 내린다고 말했다. 여러 기업이 최근 분기 실적발표 시 가격 인상을 늦추고 수익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생활비 고공 행진에 힘든 고객들의 사정에 공감을 표하는 것이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코로나19 때 갑자기 정부 지원으로 돈이 생긴데다가 여행 등 대면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물건을 사들였다. 이후 코로나19 규제가 풀리고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유통업체들은 큰 저항 없이 가격을 인상했다.
코카콜라는 1분기에 가격을 인상한 결과 북미 판매량이 정체됐다고 밝혔다. 전 연방준비은행(FRB) 경제학자인 줄리아 코로나도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 회장은 “팬데믹 왜곡이 사라지며 소비자가 가격에 다시 민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의 빅맥 평균 가격이 2019년 4.39달러였는데 지금은 5.29달러로 21% 높다. 소비자 불만에 맥도널드는 5달러 세트 메뉴 한시 상품을 내놨고 버거킹도 지난주 5달러 메뉴를 발표했다. 코스코는 핫도그 가격을 1.5달러로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코는 대표적 고객 유인용 상품인 핫도그 가격을 1985년 이래 동일하게 유지해왔다.
코로나19 때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로 몸값이 높아졌던 자동차 판매상들이 차 가격 인하를 재개했다. 한동안 할인, 할부 등의 혜택은 전혀 없이 정가에 구매하거나 일부 웃돈까지 얹어줘야 했는데 이제는 생산이 늘며 재고도 증가하는 반면 고금리로 수요가 위축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미시건주 잭슨의 한 자동차 판매업자는 “소비자에게 현금 보상, 무이자 대출 등의 혜택을 주던 시기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과거의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 레이팅스는 “지금 회사들은 바닥까지 경쟁할 뜻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이들은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 가령 값이 비싸지만, 건강한 메뉴를 내놓거나 자체브랜드(PB) 식품을 출시하는 방식이다. 또 온라인 샤핑 구조가 정교해지면서 고객 거주 지역, 성향 등을 기반으로 다른 가격을 매기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GM이 20년 전 직원 할인가에 자동차를 팔았다가 2009년 금융위기 때 큰 타격을 받은 것과 같은 상황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재고가 있는 특정 모델에만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비싼 가격, 충전 관련 우려 등으로 인해 판매가 둔화한 전기차는 할인을 많이 해준다. 테슬라도 최근 가격을 내리고 모델Y 구입자에게 0.99%의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